[엘림에듀와 함께하는 ET 논술 ]6월 둘째주 문제

 (가)노인, 즉 전성기를 지난 사람의 성격이란 젊은이와 정반대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법이다. 그들은 여러 해를 살았고, 사는 동안 속은 적도 많고 실수도 많이 저질렀으며,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만사가 뒤죽박죽 별로 만족스럽지 않다. 그 결과 노인들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으며 모든 일을 끝까지 수행하지 못한다. 그들은 ‘생각’은 하지만 ‘인식’은 하지 못하고, 늘 미적거리다 보니 ‘아마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달면서 그 어떤 것도 분명하게 주장하지 않는다.

 노인들은 냉소적이다. 다시 말해서 모든 일의 가장 나쁜 점만을 보는 것이다. 게다가 노인들의 인생 경험은 남들을 믿지 못하게 하고, 남을 못 믿으니 의심이 많다. 따라서 그들은 열렬히 사랑하지도 심하게 증오하지도 않으며, 편견이 이끄는 대로 언젠가는 증오할 것처럼 사랑하며 언젠가는 사랑할 것처럼 증오한다. 노인들은 인생살이 앞에 무릎을 꿇었기에 속이 좁고, 그들의 욕망은 그저 그들을 살아남게 하는 것보다 더 고매하거나 더 비범한 것을 겨냥하는 법이 없다.

 노인들에게 돈은 꼭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고 돈이란 것이 얼마나 벌기 어렵고 써버리기 쉬운지를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에, 이들은 돈에 관한 한 인색하다. 노인들은 겁쟁이들이고 늘 미리 걱정하며 산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과는 달리 그들의 기질은 차디차다. 노년이 비겁함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니, 이들은 두려움으로 차갑게 얼어 있는 것이다.

 노인들은 삶을 사랑한다. 모든 욕망의 대상이란 갖고 있지 않은 것이기 마련이고,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것들을 갈구하는 바, 노인들은 살 날이 얼마 안 남았기에, 삶을 더욱 사랑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나)빈센트 반 고흐가 1882년에 그린 ‘울고 있는 노인‘에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흐느끼고 있는 초라한 한 노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이 그려진 것은 지금으로부터 120여년 전이지만,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이 그림의 주인공이 현대 노인의 소외를 상징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듯하다.

 현대 노인의 소외는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노인 소외는 가족 관계에서 일어난다. 자녀들과의 동거 여부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노인들에게는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의미 있는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다. 자녀들과 떨어져 사는 경우에는 가족 대소사에 대한 개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자녀들과 동거하는 노인들의 경우에도 큰 차이는 없다. 손자·자녀의 양육문제를 예를 들어보자. 경제권의 상실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전통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분야 중 하나가 손자·자녀의 양육 문제였다. 그러나 이것도 이제는 옛말이 돼가고 있다. 손자·자녀 양육에서 노인의 발언권은 현저히 약해졌다. 자녀들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만이 아니다. 절대 다수의 노인들은 급변하는 현대의 정보사회에서 손자·자녀 양육에 필요한 기능적 측면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2007학년도 이화여대 수시, 재인용

 

 (다)우리 사회에서 단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한 분야를 꼽는다면 IT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는 1400만명을 넘어섰으며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무려 4000만명으로 1인당 1대꼴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IT 관련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그러나 IT가 우리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해주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다양하고 복잡한 기능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 계층별로 IT 격차 또한 심화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IT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추어 있다 한들 접근기회가 드물고 사용이 어렵다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일찍이 영국의 철학자 스펜서는 ‘환경에 적응하는 생물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도태돼 멸망한다’고 적자생존을 주장했다.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은 중요한 생존전략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탓인지 요즘 대여섯 살 아이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컴퓨터나 디지털기기를 어른보다도 곧잘 다루는 것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IT문화가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노년층 시각에서 보면 사회에 적응하기 점점 힘들어지는 구조다. 그동안 노년세대의 경험과 연륜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았다. 그것은 몸소 체험으로 습득한 지혜이며 삶의 철학이 담겨 있는 가르침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노년세대에게 지혜를 구하기보다는 인터넷에 접속해 해결한다. IT 분야의 급속한 발달과 성장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켰지만 노인들에게는 문화적 고립과 소외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년세대의 인구 비율은 2007년 10%에서 2026년 20%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저출산에 이어 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변화에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우려 또한 깊어지고 있다. 노년세대는 전통적 가치관의 붕괴에 이어 IT시대를 맞아 이래저래 사회·문화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고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 미미한 수준인 것이 현실이다.

 물론 노인 모두가 IT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생활의 불편을 그저 감내하고 체념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IT문화를 생활에 편리하고 유익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배움에 나서는 노년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시골에 아이들을 맡기고 일하고 있는 우리 여직원이 얼마 전 시어머니에게서 ‘아무 걱정 말고 직장생활 잘하거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답장을 보내면서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는 것을 배우느라 고생했을 시어머니 생각에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문자뿐 아니라 e메일도 자주 주고받으며 고부간의 정을 듬뿍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처럼 요즘 젊은 세대 못지않게 휴대폰과 인터넷으로 IT 문화를 즐기는 노년세대를 ‘웹버족(Webver)’이라 부르고 있다. ‘웹버족’은 웹(web)과 실버(silver)의 합성어로 IT문화에 익숙하고 디지털 라이프를 즐기는 정보화된 노년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노트북PC·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새로운 유형의 노년세대는 기존의 노인과 확연히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 키워드는 바로 ‘IT 시니어 액티비즘(IT senior activism)’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신념으로 생활에 필요한 공부를 찾아 도전하는 노년세대의 행동철학은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도전정신이며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지금은 무엇보다도 지역·연령별, 사회 계층별로 벌어지고 있는 IT정보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령화 사회의 진입이 머지않은 이때 웹버족의 출현 그리고 ‘IT 시니어 액티비즘’은 바로 우리사회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덕겸 KT 수도권서부본부장, 전자신문 2007년 7월 23일자

 

 1.내용 파악하기

 제시문(가)의 중심 내용을 250자 내외로 요약하시오.

 

 2.적용하기

 <보기>와 제시문 (가)∼(다)를 읽고 오늘날 ‘노인 소외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에 대해 80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보기> 한국의 노인이 왜 다른 계층에 비하여 빈곤한비는 비교적 명백하게 설명할 수가 있다. 우선 공적인 소득보장제도가 미비하여 연금제도에 의해 소득을 보장받는 사람이 소수이고, 더욱이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으로서 정년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역세대였을 때에도 저임금이 많았고, 원래부터 생활자원이 결핍돼 있던 일이 많았던 것이다. 여기에 한국의 사회문화적 요인으로서 자신이 가진 생활자원을 노후 준비에 투입하기보다는 자녀의 교육비 등에 과다하게 지출하는 관행이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60세 이상 응답자 중에서 76.5%가 자녀양육비 및 자녀 분가의 과다 지출을 노후 준비를 못한 주요 이유 중의 하나로 들고 있다. 한국 사회의 연령 규범의 하나로서 부모는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기 전에 자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하는 사회적 사고가 있었다. 노후생활은 매우 불안정하면서 자식에게 의존하는 것이 우리의 관행이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 자녀들의 가치관은 변하여 노후생활을 노인 스스로의 능력으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노인들의 생활환경은 매우 어렵게 돼 있는 것이다.

 - 박광준 ‘고령사회의 노인복지정책’

 

 3. 종합적으로 논술하기

 제시문 (가)∼(다)를 바탕으로 IT시대에 노인 소외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1000자 내외로 서술하시오.

 

 - 김은정엘림에듀 집필위원·엘림에듀 대치 직영학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