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구 문화는 한국 이미지처럼 역동적입니다. 최고의 전동기 기술을 찾아 한국에 왔는데 한 수 잘 배우고 돌아갑니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 6개월여 동안 고효율 전기기기 개발 과제를 공동 수행하고 오는 15일 떠나는 핀란드 출신 여성과학기술인 안나 카이저 레포 박사(30). 그는 한국 땅에서 느낀 연구소감을 한마디로 ‘액티브’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핀란드 등 유럽은 무척 타이트한 스케줄 아래 연구 및 과제를 수행하는데 여기서는 생각 외로 자유롭고 유동적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는 그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에 어떤 것이 더 좋다 말 할 수는 없겠지만 전기기기 분야에서 현재 한국의 빠른 성장과 좋은 성과물은 이러한 한국적 연구문화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전자, 통신 및 오토메이션을 전공하고, 석사 과정부터 전기기기 분야를 선택, 현재 헬싱키대에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일렉트릭 드라이브를 연구하고 있다. 전기연구원에서의 단기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지난 봄 전기기기 부품과 저전력 전자, 그리고 시스템 식별을 소재로 한 유도기의 모델링 및 패러미터 평가에 초점을 맞춘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오게 된 것은 전기연구원이 참여한 국제 학회가 직접적 인연이 됐지만 그전부터 한국의 전기 분야 연구와 기술 개발에 호기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레포 박사는 “지도 교수님이 몇년전에 전기연구원을 방문했는데 우수 연구진에 시설도 훌륭할 뿐 아니라 특히 전기기기 분야에서 빠르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차에 기회가 닿았다”고 말했다.
그의 고향인 핀란드가 노키아로 대표되는 유럽의 IT강국이기에 ‘한국의 IT 경쟁력을 핀란드와 비교하면 어떻냐’는 다소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업체에서 필요한 기술 등 산업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것은 비슷하다. 굳이 차이점을 들라면 연구개발 성과를 핀란드 등 유럽은 저널을 통해 먼저 발표해 검증받고 알리는데 비해 한국은 기술이전 등 상용화 성과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말로 슬쩍 돌려 답했다.
이어 레포 박사는 “어렸을 때부터 과학기술이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험 등 체험을 통해 재미있게 과학기술을 접하면 많은 아이들이 과학기술인이 되고 싶어 할 것”이라는 말로 국내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조언하며 한 수 배우고 돌아가는데 있어 보답도 잊지 않았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