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파리는 걷기에 좋은 도시라고들 한다. 미라보 다리는 걸으며 파리를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 중 하나다.
퐁네프 다리나 개선문 광장, 에펠탑, 루브르와 같이 한국인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라보 다리는 파리를 상징하는 또 다른 지표다.
미라보 다리의 첫인상은 그리 강렬하지는 않다. 교각 중간에 파리시의 마크가 있는 4개의 동상이 있지만, 100m도 채 되지 않는 규모 때문이다. 유명세에 비해 폭이 좁은 세느강을 처음 접할 때 느끼는 소박함이 미라보 다리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찬찬히 보면 동상의 아름다움과 이 다리에서 한눈에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과 에펠탑이 파리를 느끼게 해준다.
미라보 다리는 예술가들과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프랑스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는 미라보 다리 아래 흐르는 세느강을 바라보며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기도 했다. 작가 황석영씨가 프랑스에서 머무른 곳 역시 미라보 다리 근처라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프랑스 가수가 자신의 음악 속에 미라보 다리에 대한 느낌과 감상을 녹여냈다.
1890년대 말에 지어진 미라보 다리는 세느강의 중요한 36개 다리 중 하나다. 1975년 프랑스의 역사적인 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오른 쪽 부두는 세느강 상류와, 왼편은 해안으로 이어진다.
다리에서 에펠탑을 마주 보고 오른쪽인 15구는 빌딩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한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졌으며 한국인 식당과 슈퍼마켓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대편 16구는 부촌으로 알려진 동네다. 2성, 3성급 관광 호텔을 손쉽게 찾을 수 있으며 곳곳에 레스토랑과 브라세리(간단한 술과 음식을 파는 펍과 같은 곳) 간판이 눈에 보인다.
미라보 다리는 지하철 10호선 미라보역과 국철 자벨역 사이에 있다. 이 근처에서 72번 버스를 타면 세느 강변을 따라 다른 다리들도 보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다.
파리의 명소를 찾아온 관광객에게 미라보 다리는 실망스러운 관광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관광이 아닌 여행을 원한다면, 한번쯤 에펠탑에서 미라보 다리까지 40분가량 걸어보는 것도 파리의 추억이 될 것이다.
파리(프랑스)=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