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칩에 이어 패널에 기능 내장…LDI업계 `울상`

 칩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LCD구동드라이버(LDI) 업체들이 울고 있다.

여러 기능을 통합한 LDI는 물론이고 패널에 LDI를 내장하는 기술까지 등장하면서 LCD 패널에 쓰이는 LDI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LDI 공급업체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사업 철수에 내몰렸다. 이런 상황임에도 완제품 업체들이 원가절감 목적으로, 사용하는 부품 수를 더욱 더 줄일 판이어서 LDI업체들의 ‘악몽’은 당분간 더 지속될 전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CD 패널 업체들이 사용하는 LDI 수는 2년여 전과 비교해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30∼50% 급감했다. LCD TV는 하나의 칩이 수신할 수 있는 채널 수가 과거 한 개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2개 이상의 채널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LCD TV 내에 사용되는 LDI의 수는 약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노트북 패널에는 LDI 사용 개수를 원천적으로 줄이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LG디스플레이(대표 권영수)는 ‘게이트 인 패널(GIP)’기술을 이용, 노트북PC에 들어가는 LDI 수를 11∼12개에서 8개로 줄였다. GIP는 모듈작업 시 LCD 패널 위에 LDI를 내장해 외부에서 조달하는 LDI 개수를 줄이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몽블랑’기술도 기존에 사용되던 LDI를 패널에 내장, 전체적인 LDI 수를 줄여 준다.

패널 업체들이 이처럼 LDI 통합작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여러 개의 칩을 한데 묶음으로써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정보가 복잡한 경로를 거치면서 일어나는 칩 간 신호잡음(노이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개의 칩을 거치다보면 원래 정해진 규격 만큼의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칩 통합작업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듈 내에 필요한 LDI 수가 줄어들면서 국내외 중하위권 LDI 업계는 된서리를 맞았다. 지난달 세계 10위권 LDI 업체인 일본의 오키전자공업(대표 시노즈카 가쓰마사)이 반도체사업 부문을 반도체 전문회사 로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반도체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2005년 12억엔에서 2007년 7000만엔까지 급감하면서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이다. 국내에는 중소형 LDI 업체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토마토LSI(대표 홍순양)의 매출도 지난해 60% 가까이 급감했으며, 13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다른 전문 분야 칩 업체와의 협력이나 제품 및 사업 다각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LDI 개수 감소에 따른 여파가 상위권 업체까지 미치지 않았으나 앞으로 더욱 가속화하하면 소수의 업체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토LSI 측은 “패널 내 LDI 수가 줄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가 점점 어렵지만 제품 다각화로 돌파구를 마련했다”며 “최근에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구동칩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 

안석현기자@전자신문,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