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유가 시대를 맞아 전기자동차를 보급하려면 충전인프라 구축과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기차 전문가와 정부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초고유가 시대, 전기자동차 보급’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전자신문사가 후원한 이날 행사는 국회 첫 전기차 관련 정책 간담회여서 참석자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국회 앞마당에서 국산 전기차량 시승행사도 있어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남광희 포항공대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과거 전기차 보급이 실패한 두 가지 핵심원인으로 값비싼 배터리와 충전소 부족을 지목했다. 남교수는 해결책으로 전기차 회사가 비싼 배터리를 소비자에게 임대하는 전략과 정부, 지자체 주도로 전기차량의 배터리 급속충전장치를 곳곳에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기차 업체 CT&T의 김호성 이사는 전기차가 도로에 나갈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달라고 호소했다. 현행 법의 안전 기준을 적용하면 대부분 중소업체가 만드는 전기차의 도로 진입을 불허하고 있다. 김이사는 “전기차의 속도가 낮아 사고율은 일반 승용차의 절반, 오토바이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안전하다”면서 “고유가 극복을 위해 저속전기차량을 위한 별도의 안전규격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측 패널은 전기차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 차량 안전성과 인프라 구축의 부담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현종 국토해양부 자동차 정책팀 과장은 “미국과 달리 한국은 교통사고율이 높아 현행 자동차 안전기준에 못미치는 전기차량의 도로진입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의 주행성능과 안전성이 내연차량 수준에 도달하면 형식승인을 내주도록 관련법규를 고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종민 환경부 교통환경과 사무관도 전기차 보급은 친환경만 강조해선 안 되고 경제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는 수소전지차량과 달리 충전소구축에 큰 비용이 들지 않고 배터리 향상으로 실용성도 크게 높아졌다.”면서 “전기차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구축비용을 정부지원에 의지하기보다 각 지자체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른 정책제안이 쏟아졌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이미 세계정상이다. 국내서는 관련 법규가 없어 상용화를 못했을 뿐이다”(김흥태 코캄 사장) “전기자동차 등록에 필요한 세금과 보험관계 규정부터 정비하자” (이정용 레이모터스 사장).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보급에 비협조적이다. 이제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전기차 사업에 나서야 한다”(이주장 카이스트 교수)
일부 참석자들은 전기차 보급을 위한 인프라, 제도개선이 대운하 사업보다 후손들에게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면서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예상보다 전기차 보급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 놀랐다. 지적된 자동차 관련 시행규칙의 개선은 올해 안에 꼭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간곡한 주문에도 현대.기아차, GM대우 등 완성차 업계 관계자들은 한 명도 참가하지 않았다. 전기차 보급이 썩 달갑지 않은 자동차 회사들의 속내를 드러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