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퉁 이기주의 `유감`

[기자수첩]유퉁 이기주의 `유감`

 “뭐 좀 남아야 공급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요즘 유통시장은 일방적 이기주의가 팽배합니다.”

 며칠 전 대형 할인점의 일방적 거래단가 인하 요구에 견디다 못해 기자와 만난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하소연이다. 요즘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고유가 시대에 비용 상승보다는 대형 유통점의 무리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란다. 대형 유통점도 할 말은 있다. 경쟁사보다 한 푼이라도 가격이 저렴해야 한다.

 고유가 시대 중소기업과 유통업체 모두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을’로서 대형 유통업체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중소기업에는 더없이 어려운 시기로 보인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벌이는 할인경쟁 속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최고의 피해자다.

 중소기업들은 입점 이후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을 살아야 그나마 유통업체에서 인정해 준다고 말한다. 부당한 줄 알지만 거부하면 찍힌다. 잘못하면 납품을 포기해야 하는 ‘없는 자의 설움’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이들의 하소연이 유통업체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화풀이’로 이어지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단적인 예로, 제품의 진열만 봐도 그렇다. 구매가 빈번히 일어나는 제품은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15도 아래에 위치해 있다. 물론 구매도 빈번하다. 하지만 말 많고 탈 많은 제품은 매대 최상층이나 최하층에 진열해 놓는다. 당연히 소비자의 가시권 밖으로 인해 수요가 없어 ‘퇴출명단’에 오른다.

 제조사는 쥐어짜서 제품을 만들고 유통업체는 쥐어짜서 공급받고 소비자는 쥐어짜서 구매한다. 당연히 불량이 생기고 신뢰가 허물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화와 서비스는 그 나름의 가치를 안고 있다. 제조사는 정당한 납품가를, 유통업체는 재화를 팔고 정당한 수익을, 소비자는 품질에 걸맞은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 상리공생(相利共生)이 아쉬운 때다.

 김동석기자<생활산업부> d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