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친환경에너지 개발 붐을 계기로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업체들이 태양전지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에서 패권을 잡은 주요 제조장비 업체들이 기존의 제조기술을 응용할 수 있는 태양전지 분야로 속속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전지는 에너지 절감 및 생산을 위한 가장 유망한 신재생에너지산업으로 주목받으며 앞으로 시장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한 일본 조사기관의 예측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발전이 도입됨에 따라 향후 연 30∼40% 수준의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가 태양전지시장을 주목하는 가장 큰 것은 바로 이 시장잠재력 때문이지만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제조장비 시장 성장이 둔화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 또한 저변에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최근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지각변동에 기인한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제조 난이도 향상과 제조장비의 고가화에 따라 미세화 연구개발과 양산화를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업체가 점점 줄고 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대형 유리기판에 대응하는 제조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업체 수가 세계적으로 3∼4개사에 불과한 상황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모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대형 제조장비업체가 감소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시장 축소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이 현저한 것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TFT 액정용 제조장비시장은 2007년도 83억달러에서 올해는 116억달러로 회복될 전망이지만 이후부터는 마이너스성장을 거듭해 2011년에는 96억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어두운 시장전망을 뒤로 한 제조장비 업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을 대신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이른바 ‘포스트(post) 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으로 가장 주목받는 것이 바로 태양전지다.
태양전지는 기판에 반도체와 동일한 실리콘웨이퍼를 사용하는 결정계 태양전지와 디스플레이와 동일한 유리기판을 사용하는 박막계 태양전지로 크게 나뉜다. 이들 두 가지 제조기술은 모두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개발된 성막기술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 분야다. 또한 태양전지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에 비해 시장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비교적 사업화하기 쉽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업체들의 태양전지사업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일본 제조장비업체들도 속속 태양전지용 장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실리콘원료 공급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박막형 태양전지 생산이 증가하자 박막형 제조장비업체들이 눈에 띄게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알박이다. 이 회사는 약 30년 전부터 태양전지 시장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결정계, 박막계 등 다양한 태양전지 장비를 제조하고 있다. 박막용 제품에서는 풀턴키 방식을 사용해 액정에도 활용되는 5세대 유리기판 사이즈에 특화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신규로 진입한 기업으로 주목받는 업체는 반도체용 세정장비제조업체 에스이에스다. 성막장치와 세정장치에 외부조달 장치를 더해 풀 턴키 제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 외에도 복수 업체가 공동으로 제공하는 턴키솔루션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계 2위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은 얼마 전 샤프와 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도쿄일렉트론과 샤프는 합작사를 통해 박막 태양전지용 성막장비를 개발, 2009년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신설업체는 도쿄일렉트론이 개발해 온 진공플라즈마를 활용한 양산장비 기술과 샤프의 박막 태양전지 제조기술을 융합해 기존 제품보다 생산성이 훨씬 높은 장비를 개발할 계획이다.
일본의 제조장비업체는 그동안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해 왔다. 전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시장에서 일본기업 점유율은 40% 이상에 이르며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분야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태양전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에서 개발된 제조기술이 활용되는 분야기 때문에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제조장비업체는 태양전지 산업에서도 역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에너지 부족 현상으로 앞으로 큰 성장이 기대되는 세계 태양전지 시장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장치 시장을 주도해온 일본의 제조장비업체가 태양전지 시장도 장악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나고야(일본)=박영환 KOTRA 나고야무역관 과장 psy@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