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이 심상치 않다. 국제 유가는 올해 들어 최고치를 수십번 갈아치웠다. 이제 에너지 절약은 생존의 문제요, 국가안보의 문제다. 세계 각국 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짜내며 에너지 절감에 나섰다. 벌금을 때리는 강도 높은 규제부터 숨어 있는 에너지 낭비까지 찾아내는 기상천외한 발상까지 넘쳐난다. 국제 유가가 내년에는 배럴당 250달러까지 간다는 끔찍한 전망(러시아 천연가스 업체 가즈프롬)까지 나온 가운데 전 세계에서는 에너지 절약과의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 日 창문 등 단열성능 표시 의무화
올해 들어 일본 정부는 창문·유리·새시 등에도 단열 성능을 숫자로 표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창문 등 단열 성능 표시 제도’에 따라 단열성이 높으면 별표 4개가 붙는다. 별표가 없다면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는 “전국 4700만가구가 단열 성능이 높은 창문으로 교체하면 가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20%, 약 3500만톤을 감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도 2005년 에너지정책법(EPAct)을 통해 최저효율기준 적용 품목을 대폭 늘렸다. 적용 품목은 87년 냉장냉동고, 룸에어컨 등 14개 품목에서 92년 형광램프, 샤워기 꼭지, 소형전동기 등 12개 품목이 추가되고 최근에는 천장 팬 조명키트, 제빙기, 배터리 충전기까지 16개가 더 늘어났다.
# 한 손에는 보조금을, 다른 한 손에는 벌금
에너지 절약 정책에는 당근과 채찍은 필수다.
독일은 중소기업의 에너지 절약 지원을 위해 기술 자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전체 자문 비용의 40% 이내(약 160만원)를 정부가 보조해준다. ‘친환경 건물보조금(eco-bonus)’은 고효율 건축물 보급을 위한 제도다. 열회수설비, 태양열설비 등을 설치하면 투자비의 2%를 건물주에게 지급하며, 절약형 건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면 8년간 최대 160만원을 추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의 ‘에너지절약인증서’ 발급 제도는 성공한 규제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프랑스 정부는 전기·가스·열 등을 판매하는 기업에 일정 기간 동안 절약해야 하는 에너지 목표량을 할당한다. 이를 준수하지 못하면 1㎾h당 2센트씩 벌금을 내야 한다. 다른 기업이 실천한 에너지 절약 인증서를 구매해 할당 목표량을 채울 수도 있다.
# 에너지 관리 총괄자 선임·컨설팅 사업도 활발
일본이 내년 시행 예정인 에너지절약법 개정안에 따르면, 각 기업은 임원급의 에너지 관리 총괄자를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회사 경영진이 나서야 한다고 못박은 것이다. 일본은 이미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에 자격증을 소지한 에너지관리자의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와 엔지니어에게도 일종의 인센티브를 준다. 덴마크에서는 EST(Electricity Saving Trust)라는 제도 도입으로 에너지 관련 민간 컨설팅 사업이 활황이다. 이 제도는 민간 컨설팅 회사로부터 전기 절약 등 EST 성과를 측정받아 전력으로 난방하는 가정 및 공공 건물을 지역난방이나 천연가스로 전환하도록 한 것이다.
# 대체에너지 의무화 시대 앞당겨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미국은 지난해 ‘에너지 자급 안전법’을 통과시켰다. 10년간 20%의 휘발유 소비량을 줄이자는 ‘트웬티 인 텐 (20 in 10)’을 지원하기 위한 법으로 2022년까지 적어도 360억갤런(1363억리터)의 바이오 연료를 사용화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큰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가 큰 법이라는 기대를 받는 이 법은 미국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94년 이후 17개국에서 총 30건의 해외 유전을 매입하는 등 강력한 에너지 안보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신재생에너지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시행한 재생가능에너지 법에 따르면 △10년간 석탄 액체화 개발에 150억달러를 투자하고 △ 2020년까지 중국 내 에너지원의 15%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