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표준` 전도사 2人

세계 단일시장일 정도로 글로벌 경제권이 열리면서 표준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산업 표준은 기업의 흥망성쇠까지 좌우하기도 한다.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는 장치기도 하다. 우리나라 표준 정책을 이끄는 두 수장을 만나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지난해 151건이었던 국제표준 제안 수를 오는 2012년까지 350건으로 배 이상 키우겠습니다.”

남인석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장은 향후 국력의 기본이 기술표준 보유에 달렸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표준회의(IEC) 등에서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내려면, 의장·간사·리더 등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 표준채택의 여부가 결정되는 글로벌 ‘표준 전쟁’의 장에서 그만큼 지휘관이 많아야 한다는 얘기다.

남 원장은 “현재 ISO와 IEC를 합쳐 총 63명이 활동 중인 의장·간사·리더의 수를 5년 뒤 120명 수준으로 늘리겠다”며 “전문인력 양성과 표준화 기술개발 지원으로 역량 있는 인재를 글로벌 무대로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표준청(SASO)과의 인증 교차승인 협력처럼 대외 네트워크도 한층 강화된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처럼 표준 통용의 길목이 그만큼 넓어져야 하는 것이다.

남 원장은 “24개국 30개 표준인증기관과의 협약(MOU)이 맺어져 활발한 교류활동을 펼친다”며 “앞으로 협력 라인을 더욱 강화해 글로벌시장에서 우리 인증이 널리 통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외 경쟁력 강화와 함께 내부 혁신작업도 가속도가 붙었다. 18개 부처의 98개 법정인증과 60여개 민간인증 등이 운용되면서 기업들이 겪는 인증부담을 경감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남 원장은 “국가 통합인증 마크를 도입해 부처별 중복기준을 통일시키고, 시험결과 상호 인증 등 선진인증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 ‘1품목 1인증’을 위한 모듈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원스톱 인증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국가표준과 기술규정을 단일 체제의 규격번호로 구분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중복 규격 생성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진호기자 jholee@

“표준을 뜻하는 영단어 스탠더드(standard)의 어원은 스탠드 하드(stand hard)입니다.”

취임 3개월 째를 맞은 최갑홍 한국표준협회장은 ‘표준’이라는 단어를 이렇게 정의했다. 과거 미국 남북전쟁 때 부대 지휘관이 딱딱한(hard) 단상 위에 서서(stand)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습에서 영어단어 ‘스탠더드’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대 지휘관이 내리는 명령이 부대원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면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며 “마찬가지로 표준도 기업·소비자·인증단체 모두 쉽게 따를 수 있게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국내 표준 전도사 답게 ‘쉬운’ 표준 보급작업을 하나씩 진행하고 있다.

우선 지식경제부·기술표준원 차원에서 이뤄지는 표준마크 통합 작업을 적극 지원한다. 최 회장은 “국내에만 표준마크가 158개나 있어 소비자는 물론이고 피인증기관인 기업들도 뭐가 뭔지 잘 모른다”며 “이들을 한데 묶어 KC(Korea Certificate)마크 등으로 통합하면 알아보기 쉽다”고 주장했다. 과거 일본도 유사한 표준 통합 작업을 한 적이 있지만 표준인증을 담당하는 각 부처간 이기주의로 결실을 보지 못하고 좌절된 바 있다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함을 강조했다.

‘말콤 볼드리지(Malcolm Baldridge) 국가 품질상’의 국내 보급도 적극 추진한다. 이 상은 미국기업 중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관리실적이 탁월한 기업에 국가가 수여하는 것으로 수상 기업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다. 이미 지난 3월 말콤 볼드리지의 약자를 따 협회 내에 ‘MB품질상 연구회’를 결성, ‘MB품질상’의 국내 보급을 계획했다. 최 회장은 “MB품질상이 영향력 있는 것은 사실이나 국내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이를 수정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에도 잘 적용할 수 있는 ‘쉬운 MB품질상’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석현기자@전자신문,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