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인플레이션 공포 `확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하는 유가 및 원자재 가격에 따른 인플레이션 회오리가 전 세계를 휩싸고 있다.

 우리나라가 물가 급등으로 새정부 출범 100여일 만에 위기에 처한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에서부터 이머징 국가에 이르기까지 인플레이션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정책도 성장보다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인상 등으로 정책기조가 완연하게 바뀌고 있으며 물가를 잡기 위한 글로벌 공조도 본격화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시장 요동=최근 유가 급등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물가상승이 지나쳐서 긴축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세계은행도 지난 10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은 약간 둔화될 수 있으나 원유·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부쩍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모든 나라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벗어난 상황이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대부분 나라가 2002년 경험했던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일쇼크로 인한 공급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인플레이션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상승 기록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수입 원자재 가격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 1981년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발표한 ‘5월 중 수출입 물가 동향’에 따르면 수입물가 총지수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4.6% 뛰어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의 오름폭을 나타내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대응 공조 나서=각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공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3일과 14일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열린 G8재무장관회의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16일 제주에서 열릴 예정인 제8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재무장관회의에서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가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바야흐로 인플레이션 잠재우기가 각국 경제장관의 최대 화두가 된 셈이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금리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은 15개월 만에 금리를 인상했으며 베트남·브라질·칠레·인도네시아·필리핀 등도 금리를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태도로 바뀌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처해야 한다”며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전망이다. 경제가 하강국면에 돌입한 상태여서 물가방어를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물가가 급등하고 있는만큼 금리인상을 통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은 “다소 경기위축 우려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적인 방안으로는 금리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