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1등 저력 `OLED`에 심는다

삼성그룹 계열사 간 영역 파괴 사례
삼성그룹 계열사 간 영역 파괴 사례

삼성이 디스플레이 사업구조를 개편하려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전 세계 LCD 시장을 석권한 저력을 이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AM OLED 시장도 확실히 선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비주류에 속하는 PDP 모듈 사업은 적은 비용으로 기존 사업(TV)과 최적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겉으로는 ‘파격’ 그 자체로 비치나 실제로는 가장 ‘합리적’ 대안으로 보이는 이유다.

 ◇AM OLED 시장선점이 배경=AM OLED 독립법인을 만들기로 한 데에는 여러 현실적인 요인이 있다. 우선 전 세계 AM OLED 시장에서 조기에 양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가 LCD 시장의 패권을 쥘 수 있었던 배경은 원천 기술을 확보한 것보다 일본·대만보다 양산 능력을 앞서 키워온 덕분이다. 그런데 사업 구도가 삼성전자와 삼성SDI로 양분됐다. 삼성SDI가 비록 양산에 앞섰다고는 하나 후발 패널업체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당장 올해부터 대규모 양산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삼성SDI는 양산 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없다. 삼성전자는 자금력과 연구개발 역량은 뛰어나지만 양산 경험이 없다.

 두 회사가 같은 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한때 14인치 이하 패널을 삼성SDI가, 그 이상 대면적 패널을 TV사업부를 보유한 삼성전자로 교통정리를 했지만 지금은 무너진 상태다. 양사가 더 이상 주도권 경쟁에서 소모전을 벌어지 않으면서 어느 한쪽도 아닌 제3의 전문업체로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PDP 모듈 사업 구조개편 방안은 삼성SDI의 이익구조를 개선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TV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뜻으로 보인다. 갈수록 PDP 모듈 외부 판매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합침으로써 두 사업조직 간에 전폭적인 지원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시너지창출이 관건=삼성 계열사들의 ‘고유’ 영역이 없다는 점도 더욱 분명해졌다. 지난해 삼성은 그룹의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에서 역대 처음 삼성테크윈의 디카 사업을 타 계열사인 삼성전자로 DM총괄로 넘겼다. 계열사 간 벽을 넘나드는 조정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이를 신호탄으로 지난달 이윤우 부회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삼성전자 사업총괄 내 사업조직을 대대적으로 이합집산시켰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번 디스플레이 사업 구조개편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6월 그룹이 마련한 경쟁력 강화 방안의 요체가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한다’였다는 점에서 이번 AM OLED 독립법인 신설은 삼성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대안으로 확실히 삼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LG디스플레이나 일본·대만계 패널업체에 충분히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PDP 모듈 사업을 삼성SDI에서 삼성전자 TV사업부로 넘기는 방안은 비록 시너지 효과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PDP 시장을 향한 삼성의 부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한다. 결국 일본 마쓰시타나 LG전자처럼 내부 생산 물량 대부분을 스스로(TV사업) 소화하는 정도로 물러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삼성SDI, 전지·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변신=당장 큰 변화를 예고하는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지난 40년 가까이 이어왔던 디스플레이 전문 회사의 색깔을 털고 향후 전지·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사업구조를 대폭 탈바꿈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조직개편 인사에서 유독 전지사업부만 힘을 실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삼성SDI의 외형이 축소되는 반면에 그룹 내 삼성전자 LCD총괄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번 AM OLED 합작사 설립도 자금력을 앞세운 삼성전자 LCD 총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발판으로 향후 전 세계 AM OLED 시장에서 삼성의 공격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 같은 교통정리에 내부 반발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주 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 삼성의 디스플레이 사업 구조개편 방안을 깔끔하게 정리할지를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안팎의 시각이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