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XP시대’가 이달이면 막을 내린다. 2001년 출시해 PC 운용체계(OS) 시장을 주름잡았던 XP는 불과 2주 후면 사실상 세상에서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XP 단종에 따른 후속 대비책은 전무해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사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 소비자 그리고 중간에 있는 PC산업계 모두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XP 단종에 따른 파장과 해결책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상)기업·공공부문 ‘속수무책’
서울 구로 디지털밸리에 있는 중견 네트워크 장비업체 L사는 최근 사내에서 활용하는 노트북과 데스크톱의 운용체계(OS) 업그레이드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윈도XP’에서 지난해 출시한 ‘윈도 비스타’로 전환하려고 했으나 이를 백지화한 것. 표면적인 배경은 속도도 느리고 사용이 불편하다는 사내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인사와 재무·회계와 같은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는 기본 프로그램과 비스타가 호환이 안 돼 이에 따른 시행착오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달 말이면 ‘공식적으로는’ 윈도 XP가 사라지지만 이에 따른 후속 대책이 전무해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XP를 이을 야심작인 비스타의 존재도 영 신통치 않다. 다음달 1일부터 XP를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는 소식조차 모르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XP ‘운명의 날’이 가까워지고 있지만 정작 주변 환경은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대비책 또한 속수무책이다.
내부 상황을 잘 아는 PC업계에서만 속이 타는 상황이다. PC업계는 “MS는 이미 올 초에 공지한 상황으로 후속 작업은 산업계에서 해결할 사안이라는 생각이고 소비자는 XP가 더 이상 보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중간에서 PC를 판매하는 PC 제조업체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윈도XP 중단에 따른 가장 큰 사각 지대는 기업이다.
기업은 인사·재무·물류·유통 등 대부분의 내부 소프트웨어를 윈도XP에 맞춰 놓은 상황에서 대책 없는 XP 중단은 기업 운영과 경영에 대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당장 윈도XP 공급을 멈추면 6월 이후에 구입하는 모든 PC는 결국 ‘윈도 비스타’를 설치해야 하지만 이에 따른 대책이 없을 뿐더러 호환과 같은 후속 작업도 전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가장 심각한 곳은 XP용으로 내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대형 기업 고객”이라며 “대부분의 기업은 정보화와 기업 생산성을 위해 자체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해 6월 이후 신규 PC 고객은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이를 정확하게 알려 나가고 필요하면 별도 홍보를 통해서 XP 단종 관련한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세부 실행 계획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공공 기관도 마찬가지다.
가령 가장 큰 공공 조달 유통망인 ‘나라 장터’는 6개월 단위로 PC를 포함한 주요 제품 규격을 결정하는데 올해는 3월 1차 규격을 결정해 9월까지 이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PC규격은 윈도 XP에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결국 6월 XP 공급을 중단하면 조달 참여 업체가 페널티(벌금)를 물든지 아니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MS는 직접 조달 참여 업체는 아니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게다가 비스타는 이미 출시된 지 1년을 넘겼지만 아직도 인지도가 윈도 2000, XP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결국 시장 지배력을 활용한 ‘밀어붙이기 식’의 ‘비스타 수요 몰이’는 전체 산업계에서 MS의 입지를 더욱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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