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환율 탓에 환헤지를 위한 상품·거래 또는 외화차입으로 낭패를 보는 부품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하향곡선을 그리던 환율 흐름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환율이 치솟으면서 뒷통수를 맞았다. 앞으로의 상황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기에 무리한 환헤지·거래보다는 회사 형편에 알맞은 신중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환헤지·외화차입 ‘역효과’=부품업체들이 많이 이용하는 환헤지 파생상품은 통화옵션과 통화선도다. 통화옵션은 키코(KIKO·Knock-In Knock-out)가 유명한데, 이는 환율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오르내릴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에 약정금액(외화)을 매월 팔 수 있다. 통화선도는 미래 일정시점에 약정된 가격에 의해 화폐를 사고파는 거래를 말한다. 발생하는 손실은 거래손실과 평가손실이 있다. 평가손실의 경우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앞당겨 수치화한 것으로 환율흐름에 따라 변동요인이 있다.
RF부품 수출업체인 케이엠더블유(대표 김덕용)는 지난 1분기 통화옵션 및 통화선도 거래에 가입했다가 60억에 달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중 49억원은 통화옵션 평가손실이다. 레이저 프린터부품인 드럼을 생산하는 백산오피씨(대표 김상화)도 통화옵션거래로 8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는데, 76억원이 평가손실이다.
반도체부품업체인 월덱스(대표 배종식)는 올해 수출비중이 40% 이상으로 전세계 반도체 업체들과 거래를 하면서 달러·엔화로 대금결제를 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이자율이 낮고 자금회전이 쉽다는 장점 때문에 엔화를 차입금 수단으로 사용중이다. 하지만 엔화가치가 오르는 바람에 올 1분기에만 6억3200만원에 달하는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했다. 배종식 월덱스 사장은 “(지금은 비정상적인 환율 흐름이) 연말에 정상적으로 회복되면 환차손이 없어질 것”이라면서 원엔 환율 하락을 내심 기대했다.
◇회사규모에 맞는 전략 ‘중요’=일부 기업들의 경우 과거에 도박성으로 환헤지에 달려들어 재미를 본 경험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향후 어떠한 환율정책을 펼칠 것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에 헤지는 말그대로 위험회피 수단으로만 사용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회사 매출규모에 맞는 헤지가 정석이라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수출형 PCB업체인 심텍의 경우 수년간 매출액의 30% 정도를 헤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팹리스 반도체기업인 텔레칩스(대표 서민호)는 경영 외적요소인 환율 문제를 전문 환딜러와 상의한다. 불투명한 미래를 예측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움을 받는다.서민호 텔레칩스 사장은 “외화로 대금을 받으면 바로바로 원화로 바꾸는 것이 중소기업들이 취하는 일반적인 헤지방식이나, 텔레칩스는 전문 환딜러와 환전시기를 상의해 과거에 이득을 본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설성인기자 sis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