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마비 사태로 광주·전남 일부 기업들이 생산라인 가동을 멈추는 등 한계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삼성광주전자는 물류 운송차질로 야적장이 포화상태에 달한데다 여수산단과 광양항에서 오는 원자재 공급도 막혀 17일 하루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삼성광주전자가 외부 요인으로 생산라인을 중단한 것은 지난 89년 공장 설립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지난 13일부터 화물연대파업이 계속되자 삼성광주전자는 주간 2시간, 야간 1시간30분씩 이뤄지던 잔업을 중단해왔으며 냉장고와 세탁기 등 수출용 가전제품이 제대로 수송되지 못하면서 야적장에는 컨테이너 300대 분량의 물량이 쌓여 있다. 회사 측은 17일 이후 화물연대 파업 추이를 지켜본 뒤 생산라인 재가동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광주공장도 잔업을 중단한 상태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부산항에서 오는 수입 원자재 공급이 막혀 17일 오후부터 전자레인지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할 방침이다. 여수국가산단의 휴켐스 화학공장은 화학물질 저장탱크가 포화상태에 이르자 17일부터 8개 공장가운데 2개 공장 생산을 중단하는 등 생산량 감축에 들어갔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장은 17일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 사태와 관련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주·화물연대·정부가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경제를 정상화시켜줄 것을 호소했다. 관련기사 22면(홈앤유통면) 이 회장은 이날 “무역적자와 수출채산성 악화 추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화물연대 사태로 국가물류시스템이 붕괴하고 생산과 수출입 활동이 마비되고 있다”면서 “각 경제주체 모두가 한발씩 양보하고 합리적으로 고통을 분담해 경제를 정상화해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불안으로 이미 수출 채산성이 악화하는 등 기업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한 특수상황임을 감안해 화주들이 운송료를 합리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에 따라 이날 오후 5시 현재 전국 106개 업체가 3065만달러어치의 수출에 차질을 빚었으며, 49개 업체는 944만달러의 수입을 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피해규모는 4009만달러다. 지역별로 보면 울산 지역이 수출 937만달러(이하 피해 규모), 수입 338만달러로 모두 가장 많았으며, 대구·경북(수출 909만달러, 수입 265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 김준배기자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