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광부품 시장에서 일본 니치아화학공업이 갈수록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부품소재 업계의 원천 기술이 취약한 탓에 LCD 핵심 소재인 냉음극형광램프(CCFL)용 형광체를 수입하며 대부분을 니치아에 의존한다.
최근 부각된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시장에 니치아는 보유한 ‘YAG(Yttrium Aluminum Garnet)’ 계열 형광체 기술 특허를 앞세워 국내 업계를 압박한다. YAG 형광체 기술은 고휘도 구현에 가장 유리하지만 특허 공유를 체결한 업체 외에는 판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국내 업계가 주도권을 이어가고, 차세대 LED 조명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 니치아를 대신할 만한 핵심 원천기술 확보에 범국가적인 차원의 관심이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만톤 vs 300톤=전 세계 CCFL 형광체 생산은 니치아가 거의 독점하는 추세다. 국내 업체인 대주전자재료(대표 임무현)가 유일하게 연 300톤 규모의 CCFL용 형광체 생산 시설을 보유했다. 세계 2위의 생산량이라고 하지만 니치아의 연 1만톤 규모에 비할 바가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금호전기·희성전자·우리ETI 등 국내 CCFL 공급업체들은 형광체의 90% 이상을 니치아에 의존해 향후 섣불리 조달 업체를 바꿀 수 없다는 데 있다.
한 CCFL 업체 관계자는 “대주가 같은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국내 조달량을 늘리게 되면 자칫 니치아 제품을 공급받는 데 차질이 생긴다”며 “이렇게 되면 모든 생산 규격이 니치아 형광체에 맞춰져 있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갑과 을이 뒤바뀐 셈이다.
◇TAG·실리케이트, 울며 겨자 먹기=LED 업계의 노력도 눈물겹다. 최근 삼성전기·LG이노텍·서울반도체 등 국내 LED 업체들은 오스람의 TAG계열이나 도요타고세이 등 4개 외국 업체가 특허를 보유한 실리케이트 계열 형광체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니치아의 YAG 형광체 특허 침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통상 YAG계열 형광체가 고휘도 구현에 가장 유리하기 때문에 자동차전조등·백라이트유닛(BLU) 등 갈수록 밝은 LED를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 추세를 따라가는 데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는 곧 전방산업까지 영향을 줘 장기적으로 국내 IT 산업 전반에 부작용을 초래한다.
임홍우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 박사는 “최근 국산차종을 중심으로 LED 전조등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그러나 전조등 내에 사용되는 LED는 휘도가 높은 외산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시급한 소재 원천 특허 확보=사정이 이렇지만 형광체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나 업계의 관심은 멀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LED 분야에 신규로 26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이 중 형광체에 투입되는 자금은 극히 미미하다. 2015년까지 국내 조명의 30%를 LED 조명으로 바꾼다는 ‘1530프로젝트’도 지나치게 조명기구에만 초점을 맞췄다. 일본은 ‘국립재료연구소(NIMS)’를 중심으로 8개 대학이 컨소시엄을 구성, 새로운 형광체 개발에 매진한 바 있다. 그 결과 2002년 YAG 형광체보다 발광 특성이 뛰어난 ‘알파 사이알론(α-sialon)’은 물론이고 2004년 순질화물인 카즌(CaAlSiN3) 적색 형광체 개발에도 성공했다.
김창해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국내 기업들도 신뢰성이 검증된 외산 제품만을 사용할 뿐 스스로 개발하려 하지 않아 국산 형광체 관련 연구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 “우리도 형광체 관련 원천특허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석현기자@전자신문, 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