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이 6일째 이어지면서 물류대란이 심화되고 있는 18일 광주 하남산업단지 6번도로에 있는 삼성광주전자 제1공장 앞. 장맛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간간이 오가는 경찰차와 트럭을 빼고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더욱이 도로 입구와 주요 교차로에서는 화물연대 조합원 수십명이 구호를 외치거나 화물차량의 출입을 막거나 감시해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껴졌다.
지난 1989년 문을 연 이래 19년 만에 처음으로 17일 하루 동안 전면 조업을 중단한 삼성광주전자는 18일에는 일단 정상 조업에 들어갔다. 언제 어느 때 막혔던 길이 뚫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내수·수출 물량의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는 미리 제품은 생산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5개 전자제품 생산라인 중 일부는 이날도 잔업을 취소해야 했다.
삼성광주전자는 평상시에는 하루 평균 수출용 전자제품 40피트 컨테이너 250개, 내수용은 200∼300개를 내보냈지만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제품 운송률은 수출은 2∼3%, 내수는 30∼50% 선에 그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사실상 수출 물량의 운송은 중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그나마 내수 물량은 화물연대 조합원의 저지로 경찰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조업을 하루 중단한 뒤 오늘(18일)은 예전의 90% 수준에서 정상조업에 들어갔으나 앞으로는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19일 정상 조업 여부는 화물연대와 정부 측의 협상 상황을 지켜본 뒤 18일 오후 늦게나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장 내부 곳곳에 컨테이너가 부족해 비닐이나 방수천으로 덮은 채 쌓아 놓은 제품이 비로 위태롭게 보였다. 자칫 포장 제품에 빗물이라도 스며든다면 다시 포장을 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제품 자체를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일주일 가까이 계속된 물류 차질로 더 이상 제품을 쌓아 둘 공간이 없어 야외에 쌓아놓고 있는데 장마까지 겹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물류대란이 장기화되면 원자재 공급 차질 등으로 앞으로 조업이 다시 중단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삼성광주전자 옆 4·5번 도로 사이에 있는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날 전자렌즈 등 4개 생산라인은 정상 조업하고 있지만 당초 계획했던 잔업은 취소했다. 공장 내 야적장에는 40피트 컨테이너 450여개가 쌓여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다음주께 한계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회사 측은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여파는 하남산단의 70∼80%를 차지하는 삼성광주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대기업 협력업체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삼성광주전자 1차 협력사인 D사는 원자재를 제때 확보하지 못한데다 납품까지도 어려워 지난 16일부터는 아예 공장 생산라인 30%만 가동하고 있다.
하남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직원들의 차를 모두 빼내고 주차장에까지 제품을 쌓아놓고 있을 정도”라면서 “앞으로 2∼3일 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입주 업체의 연쇄 조업 중단 사태가 불가피해 산단 전체가 한계 상황에 도달할지도 모를 일”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
사진=화물연대 총파업으로 극심한 물류대란을 겪고 있는 삼성광주전자 제1공장. 더 이상 컨테이너를 구하지 못해 야적장에 제품을 쌓아올린 뒤 비닐과 방수천 등으로 덮어 놓았으나 장맛비로 포장지에 빗물이 스며드는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