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에 불고 있는 인수합병(M&A) 바람에 대해 업계는 물론 학계나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명확한 이후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일단 합치고 보자’ 식의 몸집 불리기는 비만 환자가 성인병에 걸리기 쉽듯이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M&A 과정에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요소는 명확한 역할분담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빛소프트 경영권을 인수한 티쓰리엔터테인먼트 김기영 사장은 “한빛소프트가 갖고 있는 게임포털과 해외 사업 경험이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사인 티쓰리엔터테인먼트가 갖고 있지 못한 경쟁력을 한빛소프트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 게임 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해외 시장 개척은 M&A 과정에서 한층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박재민 바이넥스트창업투자 부장은 “해외 사업은 몇몇 우수한 인력을 영입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기 힘들다”라며 “회사 시스템 자체가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본 경험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인수 대상이라도 그 기업이 갖고 있는 경영 노하우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작은 조직이 큰 조직을 인수한 경우라면 그 필요성은 더 커진다.
M&A 효과를 내기 위한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이 합병하면 반드시 불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이 생긴다”며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위 교수는 또 “이는 반드시 인력 감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재교육이나 재배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중에서도 게임 업체의 핵심인 개발 인력의 효과적인 운용은 M&A의 결과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정현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게임 업체가 서로 합치면 유휴 개발 인력이 많아지게 된다”며 “따라서 몸집이 커진 만큼 그에 따른 다양한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인력의 효울적 배치와 위험 분산 효과를 동시에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 업계의 M&A에는 아울러 기업 문화의 재정립이라는 과제도 놓여있다. 아무리 게임이라는 동종 업계라도 설립 후 갖고 있는 각자의 색깔은 분명 다르기 마련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창의성이 중요하고 임직원들의 정서가 자유로운 게임 업계에서는 자칫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사이에 문화 충돌로 인한 조직 내부의 대립도 배제할 수 없다.
장동준기자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