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사에 이처럼 유명한 가족이 또 있을까. 이란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막내 딸 하나 마흐말바프는 그녀의 첫 장편으로 학교를 택했다.
그녀의 ‘학교가는 길은 아버지가 일생 동안 관심을 가진 이란의 민초의 삶을 학교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화면에 담고 있는 수작이다. 여섯 살 박타이는 옆 동굴에 사는 압바스에 자극받아 학교에 가고 싶어 한다. 일단 학용품 마련을 위해 달걀을 들고 시장으로 가지만 쉬울 줄 알았던 물물교환이 만만치 않다. 어렵사리 공책을 마련하더라도 그것만으로 학교에 갈 수는 없는데 자신을 받아 주지 않는 학교 선생님과 길거리에서 마주친 전쟁놀이에 빠진 소년들 때문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우울한 이야기를 발랄한 코드로 그려냈다는 것이다. 원제인 ‘석불은 수치심에 붕괴되었다’는 마흐발마프의 손길을 거치면서 어린이들의 동심을 담은 동화로 재탄생했다.
또 영화 곳곳에 쓰인 클로즈업은 학교 가는길의 매력을 더욱 가중시킨다. 박타이로 나온 니크바트노루즈의 동그란 얼굴을 화면에 클로즈업 되면서 관객의 마음에 파고 든다. 이 덕분에 영화 후반부에 전개되는 다소 상투적인 이야기와 에피소드가 다소 새롭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이란의 자연 환경도 경이롭다. 사막을 기초로 하는 주변 환경의 적막함과 아이를 둘러싼 분위기는 애틋하면서도 따뜻한 묘한 감동을 자아낸다.
한정훈기자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