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장품] 김재희 샤우트코리아 사장

[나의 소장품] 김재희 샤우트코리아 사장

 지난 4월의 일이다. 새로운 둥지로 사옥을 옮기기 위해 사무실을 정리하던 중이었다. 바쁜 일상을 핑계로, 그간 내 시선과 관심에서 떨어져 있던 지인의 사진들과 책장의 먼지 쌓인 책들을 보니 쉼 없이 달려 왔던 지난 시간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잠시 스쳐 갔다. 그중에서도 항상 나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았던 녀석이 눈에 들어 왔는데, 바로 2년 전 직원들이 생일 선물로 주었던 명패였다.

 내 이름이 들어간 것은 설사 필요 없게 된 명함 한 장일지라도 쉽게 버릴 수가 없는데, 이 명패에는 단지 내 이름이 걸려 있어서가 아니라, 직원들의 사랑과 추억이 담겨 있어 나에게 더욱 소중하다.

 CEO로 자리 잡을 무렵, 바쁘기도 했지만, 명패는 직원들과 왠지 모를 거리감을 주는 것 같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생일 축하 자리에서 회사 전 직원이 함께 준비한 명패를 선물받게 됐다. 뜻밖의 선물에 놀라기도 했고, 전 직원이 일부러 돈을 모아 준비했을 것을 생각하니 눈시울이 붉어진 기억이 있다.

 이제 갓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내 이름과 내 인상이 바로 내 인생을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라는 존재는 그대로인데 내 앞에 걸린 타이틀에 따라 내 모습도 역할도 함께 변하게 마련이다. 가정에서는 한 사람의 아내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누군가의 동료로서, 친구로서 나는 존재하지만, 특히 직원들로부터 받은 이 명패는 단순히 내 타이틀이 아니라 회사식구들의 나에 대한 평가며 더불어 나에게 기대하는 책임이고, 내 직책에 대한 인정이 있었을 것이다. 금으로 만든 왕관도 부럽지 않았다.

 간혹 지치고 힘들 때도 많지만 사무실에 들어설 때마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패를 바라보면서, 직원들이 부여해준 인정과 책임에 부응해 더욱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자신이 돈으로 산 물건보다 누군가의 마음이 담긴 선물이 더 소중한 것처럼, 나는 내 직함과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jessica@shout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