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비즈니스맨의 모습들을 살펴보면 성취의 기쁨과 자신감이 보이지만 그 뒤엔 고독과 번민, 좌절, 실패들의 경험이 녹아 있죠.”
지난 4월 기륭전자 사장으로 돌아온 배영훈 사장은 비즈니스맨을 와인과 비교했다. 좋은 와인일수록 오랜 숙성을 거쳐 훌륭한 맛이 나듯 비즈니스맨의 경험과 경륜도 깊이를 더해간다는 것.
“와인의 상큼한 과일 향에서는 일의 성취에서 오는 보람과 삶의 깨달음을, 떫은 맛에서는 수없이 겪었던 비즈니스의 좌절과 비애를 느낀다고 할까요.”
배 사장은 와인이 이런 면에서 비즈니스 각각의 상황과 절묘하게 어울린다고 표현했다.
그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전문경영인이다. 배 사장은 사업 파트너에게 좋은 와인을 권하는 것은 상대방을 향한 존경과 예우를 표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같이 와인을 마시면 맛을 음미하면서 복잡한 사업상의 이해관계를 떠나 이질감을 없앨 수 있어요. 가끔은 좋은 협상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죠.”
사실 배 사장은 술을 거의 못 한다. 그와 비즈니스하면서 술을 마셔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와인이 그가 마실 수 있는 술이다.
그래서 사업과 와인에 관계된 에피소드는 없다고 웃는다.
“오늘 와인과 사업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생긴걸요. 와인을 한잔 하며 사업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 말이죠.”
배 사장은 오늘의 와인으로 ‘샤토 베르티노 생 뱅상(Chateau Bertineau st vincent) 2004’를 골랐다. 이 와인은 ‘블렌딩의 달인’이라 불리는 미셸 롤랑의 손맛을 타고 태어났다. 이 와인은 진흙이 많은 토양의 프랑스 포므롤산으로 강건함이 두드러진다.
그는 아직 자신도 와인 초보라며 그가 와인을 알아가는 방법을 귀띔했다.
“머루 포도와 거봉 포도의 차이는 정신 차리고 먹으면 알 수 있듯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면 맛의 차이를 발견하게 돼요. 와인과 친해지려면 인터넷으로 각종 정보를 살펴보세요. 기초 상식은 물론이고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아요.”
그는 와인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와인에 대한 부담감을 없앴다.
기륭전자의 구원투수로 나선 배 사장은 서로 터놓고 이야기하고 두터운 믿음을 가져야만 기업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와인잔을 들고 “기륭전자의 제2의 도약을 지켜봐 달라”며 “신뢰와 대화로 불신의 벽을 깨고 새로운 비상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
사진=윤성혁기자 shyoon@
◆배영훈 사장의 추천와인
와인: 샤토 베르티노 생 뱅상
빈티지: 2004년
생산국 및 지역: 프랑스 라렁드 드 포므롤
종류: 레드(red)
포도품종: 멜로 75%, 카베르네프랑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