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외환위기 징비록

　◇외환위기 징비록

정덕구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외환위기 이후 10년, 대한민국은 위기로부터 자유로운가?

　“물가와 임금이 계속 오르면서 자영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민생고통, 서민고통에서 보면 IMF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물가나 외환보유고, 국제수지, 성장률, 투자 등 경제 펀더멘털 가운데 외환보유고가 많고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 빼고는 외환위기 때와 흡사하다.”

　위기 극복 이후 정확히 10년이 지난 2008년 6월, 여당 정책위의장의 솔직한 경기진단이다. 한국 경제에 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외환위기가 일어난 10년전으로 시계바늘을 되돌린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하나씩 들춰낸다. 그 상황에 너무나 생생하고 현실적이다. 당시 현역 경제관료로서 위기의 발생과 확산, 협상과 구조조정, 그리고 극복에 이르기까지 외환위기 전과정을 몸소 겪은 저자의 내밀한 기록이 긴장감을 더한다.

　그러나 저자의 시선은 과거에만 고정되지 않는다. 외환위기는 우리에게 무엇이었는가,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치·경제·사회는 얼마나 또 어떻게 달라졌는가 등을 통해 10년전 사건를 부단히 현재화한다.

　왜 제목이 ‘징비록’일까? ‘징비’는 시경(詩經) 소비편(小毖篇)의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予其懲而毖後患)”는 구절에서 유래한 것으로 유성룡이 조정에서 물러난 후 그가 겪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돌아보고 후일에 있을 지 모르는 더 큰 우환을 경계하고자 전란의 상황을 기록으로 남긴 ‘징비록’을 따왔다.

　위기는 소리없이 다가오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 위기의 경보음은 들리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안팎에서 들려오는 경보음을 절대 놓치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현 상황이 위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도 강조한다. 2만5000원.

최정훈기자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