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하라’가 전국을 강타했다. 특히 ‘한 살의 쇼’는 아기의 표정 연기로 단박에 화제를 모았다. ‘내일은 뛰어볼까’라며 너스레를 떠는 야릇한 표정은 보는 이들의 배꼽을 훔쳤다.
소비자들은 무엇을 보고 상품을 구매할까. 넘쳐나는 제품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말 그대로 쇼를 해야 살아남는다. 소비자는 단순히 상품의 기능과 실용성만을 보고 구매하지 않는다. 호환성과 내구성, 사용 편의성과 친절서비스, 유행과 차별성, 디자인과 색깔까지 꼼꼼히 따지고 묻는다. 고객의 마음을 열어야 지갑도 절로 열리게 마련이다. 세련된 디자인과 고객의 욕구를 헤아리는 감성이 곧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이 선정한 ‘2008 상반기 인기상품’은 그런 점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만한 매력을 갖췄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IT제품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이제 휴대폰은 음성통화를 위한 휴대기기가 아닌 사진을 찍기 위한 제품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품질이 최고의 경쟁력=첨단 기술력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예술로 승화하듯 제품의 품질은 매출로 이어졌다. 쇼에 곱하기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정말 전국이 ‘쇼 정국’으로 변했다. 업계에서는 요즘 비즈니스에서도 쇼를 해야만 매출이 늘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이제 휴대폰은 음성통화를 위한 제품이 아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존재하고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불량률 ‘0’에 도전한 LCD 모니터, 무겁고 전기 먹는 하마라는 기존의 통념을 깬 서버, 3D 게임에 최적화된 데스크톱PC는 사용자들의 감성과 문화 본능에 충실한 제품이다.
지난해 가전·디지털기기 시장에서 컬러가 열풍이었다면 올해는 이 열풍에 순수 예술을 접목한 ‘예술작품 같은 상품’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U커브 곡면으로 상부와 좌우 3면에서 전면 바람을 공간 없이 더욱 강력하게 내뿜는 바람의 여신이 그랬다. 슈퍼파인 LCD를 탑재해 화창한 날에 야외에서 노트북PC를 켜도 화면 가독성이 높은 라이프북은 여성층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인체공학 시대도 열었다. ‘올리고∼ 올리고!’를 외쳤던 드럼세탁기는 주부들의 허리를 펴주었으며 데스크톱PC는 위쪽에 전원버튼을 배치해 상체를 구부리지 않고도 쉽게 전원을 켤 수 있도록 배려했다.
◇생산성 혁신이 최대 무기=비즈니스 일선에서, 생산의 현장에서 업무 혁신은 기업들에 필수 명제다. 일상에 생활의 달인이 있다면 산업현장엔 혁신의 달인이 있다.
초등·유아 교육용 단말기는 파손 방지를 위해 방수 키보드와 보호 케이스를 부착했으며 제조원가를 낮추고 작업 효율을 높인 휴대폰케이스 생산 로봇도 등장했다. 영상처리 자체 알고리듬을 탑재해 특별한 환경에서도 인식률 100%를 자랑하는 바코드 스캐너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혁신을 단순히 신기술 개발을 통한 제품 혁신과 대량생산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구슬땀을 쏟아냈다.
혁신은 자동차에도 등장했다. 자동차는 이제 운송수단이 아닌 하나의 문화 흐름이다. 부의 상징이 아닌 생활의 필수도구로 바뀌면서 자동차 주변 시장도 호황기를 맞았다. 갑작스러운 사고, 밤 사이 차량 파손 등 억울함을 풀어주는 블랙박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리더기를 내장해 온라인에서도 전자카드 충전이 가능한 하이패스 단말기도 관심의 대상이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