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광원램프(FFL) `천덕꾸러기`로 추락

 한때 대형 LCD TV의 차세대 백라이트유닛(BLU) 광원으로 기대를 모았던 면광원(FFL)이 ‘계륵’으로 전락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저렴한 가격에 초박형 BLU를 구현할 수 있는 제품으로 부각되며 FFL을 채택한 LCD TV가 출시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최근 냉음극형광램프(CCFL) 광원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대안적 기술이었던 FFL을 오히려 시장에서 밀어내 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차세대 FFL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었던 관련 업체들도 막대한 투자비만 고스란히 날린 채 생산라인 뒷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주요 TV 제조사는 올해 들어 FFL을 적용한 LCD TV를 전면 단종시킨 상태다. 삼성전자 LCD총괄과 LG디스플레이 등 LCD 패널업체들도 한때 차세대 광원으로 도입했던 FFL을 지난해 말 이후 중단했고, 지금은 관련 연구개발(R&D)조차 포기했다.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상반기까지 32인치와 40인치 모델로 FFL을 채택한 LCD TV를 출시했었다.

 FFL이 시장에서 반짝 떠올랐다 최근 자취를 감춘 건 CCFL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가격경쟁력과 초박형 기술의 장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2년만 해도 개당 2000원 선이었던 17인치 모니터용 CCFL 가격은 최근 500원으로 불과 6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초박형 기술도 진전되면서 모니터용 CCFL은 최근에는 두께가 2.4㎜밖에 되지 않는다.

 FFL 양산 수율은 더욱 문제다. 국내 처음 FFL 사업에 뛰어들었던 옛 삼성코닝(지난해 삼성코닝정밀유리로 합병)은 양산 경험이 전무한 터라 50% 미만의 수율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곧바로 단가 인상으로 이어져 CCFL 대비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이에 따라 한때 경쟁적으로 FFL 사업에 나섰던 삼성코닝정밀유리·SSCP·미래산업 등 관련 업체도 투자비 회수는 고사하고 매각조차 어려워 골치를 썩이고 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지난해 삼성코닝을 합병한 뒤 FFL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고 올 초까지만 해도 매각을 추진했다. 삼성코닝이 지난 2004년부터 4년간 충청남도 탕정 공장에 1000억원 안팎의 투자를 쏟아부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무수은 FFL로 사업전환까지 시도한 바 있다. 삼성코닝정밀유리 관계자는 “합병 후에는 완전히 사업을 접기로 최종 결정했고 설비 투자도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면서 “지금은 (매각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용 코팅도료 전문업체인 SSCP(대표 오정현)도 올 초 자회사인 엠아이에프피디(대표 김병수)에서 FFL 라인을 140억원에 양수했으나 아직 매출은 전무한 상태다. 이 회사는 당초 광전자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FFL 생산·연구 시설을 인수했다. SSCP의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FFL라인 인수에 의문을 표시한다”며 “앞으로도 매출이 없으면 향후 5년간 투자비 140억원의 감가상각비용만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미래산업도 FFL 부문을 자회사인 미래라이팅으로 분사, BLU용이 아닌 조명용 제품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FFL이 완전히 시장에서 종적을 감출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희성전자 등 일부 업체는 그동안 기술개발로 50인치 이상 대형 TV용 FFL의 수율을 향상시켜온데다 내비게이션 등 소형 제품에서는 CCFL 대비 색재현율이 여전히 뛰어나고 무수은 친환경 제품도 시장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있기 때문이다.

서한·안석현기자@전자신문, hseo·ahng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