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웹기술 워크숍]인터넷 미래 10년을 준비한다

[글로벌 웹기술 워크숍]인터넷 미래 10년을 준비한다

 IT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는 국민의 95%가 인터넷을 쓸 만큼 인터넷이 보편화돼 있다. 하지만 표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환경 등 인터넷의 발전 방향은 전 세계적인 발전 방향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취약한 보안과 차별적인 서비스 제공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전자신문사는 월드와이드웹 탄생의 10주년을 맞아 한국의 웹 환경을 진단하고, 글로벌 웹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다가올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글로벌 웹 기술의 미래’ 포럼을 마련했다.

◆인터뷰-미첼 베이커

 “한국 웹의 문제는 정책과 웹 개발자들의 습관 두 가지입니다.”

미첼 베이커 모질라 재단 의장은 한국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쏠림 현상이 강한 이유를 표준에서 어긋난 인터넷 액티브X를 이용하는 정책의 영향에서 찾았다. 정부 기관에서 액티브X 사용을 의무화하다 보니 표준에 어긋난 액티브X가 인터넷 환경 전반으로 퍼졌다는 지적이다. 또, 표준을 따르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비표준을 따르는 웹 개발자들의 태도도 액티브X 쏠림 현상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미첼 베이커 모질라 재단 의장은 웹 기술에서 표준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로 한 번 채택된 애플리케이션이 오랜 기간 웹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이것은 인터넷 사용자의 편의성과도 직결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불편하더라도 표준을 따라 웹을 설계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미첼 베이커가 있는 모질라 재단은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통하는 웹 표준을 재정하고 주도하는 비영리 기구다. 그는 누구나 표준 개발에 참여할 수 있으며 모질라 재단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도 가능한 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표준 재정을 하는가라고 설명했다.

모질라 재단은 최근 오픈 소스 웹 브라우저인 파이어폭스3.0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파이어폭스3.0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적용 가능한 브라우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미첼 베이커 의장은 표준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개방형이라고 꼽았다. 또, 가능하면 이것을 대중의 일상생활에 보급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대답했다.

그는 인터넷 자체가 이제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의 등장이 의미하는 것은 기본적인 플랫폼을 구축의 필연성이라고 부연했다.

◆인터뷰-최두환 KT 신사업 부문 부사장

“‘인터넷을 한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최두환 KT 신사업 부문 부사장은 미래의 인터넷은 각종 기기와 일상생활에 숨어 보이지 않는(invisble) 것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과거 인간에게 물을 전달하는 수도교가 거대했지만 지금은 땅 밑으로 숨어 보이지 않듯이 인터넷도 우리 정보를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보이지 않는 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환 부사장은 닌텐도 위, 티보, 애플TV, 킨들, 아이폰 등은 재래적인 관점에서 인터넷은 아니지만 인터넷에 연결됐다는 점에서 확장된 인터넷 기기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닌텐도 위는 게임기지만 이를 통해 날씨, 증권 정보 검색, 메시징 등 인터넷을 이용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아마존의 킨들과 내년부터 텔레콤 이탈리아에서 서비스하게 될 첨비(Chumby)가 인터넷 변화의 추세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웹에서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보려면 공짜로 보지만 킨들로 보면 13.99달러라는 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 이유가 편리함이라는 뜻이다. 첨비는 얼핏 보면 예쁜 탁상 시계 같지만 이것이 인터넷과 연결돼 게임, 날씨, 증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다.

최 부사장은 인터넷을 한다는 개념을 없앤 서비스의 예로 KT의 SOIP를 시연해보기도 했다. SOIP 단말기는 전화의 기능에 인터넷과 연계한 교육 기능 등이 추가된 서비스로 인터넷 전화가 싼 요금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기능을 함을 보여줬다.

최 부사장은 “새로운 시대의 인터넷에는 지금과 같이 복잡한 넷의 기능이 필요하겠느냐”며 “특정한 기능에 초점을 맞춘 인터넷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0년에는 PC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에서 인터넷을 이용하게 되면서 현재와 같이 복잡한 포털이나 인터넷 익스플로러보다 간단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는 KT가 PC, 휴대폰, 전화, TV에서 똑같은 윈도를 똑같은 UI로 사용할 수 있는 ‘미니 윈도’를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빈트 서프

“차세대 웹은 콘텐츠의 의미를 기반으로 하는 시맨틱 웹이 될 것입니다.”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인터넷 전도사)은 2035년에는 인터넷을 접근하는 방식이 엔드 투 엔드 방식으로 바뀌고 이에 따라 서비스의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예측했다. 그는 초고속 인터넷 환경이 발달함에 따라 이는 정보 제공 방식과 수집 방식이 변화하고, 나아가 정보의 의미를 검색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보존하지 못하는 현실이 미래의 인터넷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2035년에 1998년의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려고 할 때 소프트웨어가 없어 보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지키는 것만큼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환경 변화에 맞춰 지식재산권 등 법제도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법제도로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사용자가 생산자가 되는 현실을 반영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는 또 2035년에는 모바일 기기가 100억대 이상 보급되고 이것이 중요한 포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신이 최근 여행을 간 경험을 들어 스페인 향료를 찾기 위해 블랙베리에서 구글에 접속해 지리 정보를 이용했다며 지리기반서비스(LBS)와 이를 활용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주목받는 서비스로 꼽았다.

빈트 서프 부사장은 어떤 기기에서든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무선 인터넷 주파수 배분 방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더 먼 미래에는 퀀텀 기반의 인터넷 환경이 다양한 기기에서 인터넷 접속을 용이하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인터넷이 직면한 문제로 2010년이면 도메인이 고갈할 우려가 있다며 대안으로 IPv6으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전문가 열띤 논의

 ‘글로벌 웹 기술의 미래’를 주제로 OECD 장관회의 공식 행사의 하나로 전자신문사가 미래 웹 포럼(Future Web Forum)과 함께 19일 학동 건설회관에서 개최한 포럼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열띤 논의로 후끈 달아올랐다.

 빈트 서프 구글 부사장, 미첼 베이커 모질라 재단 의장 등 유명 해외 연사들이 기조 연설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내노라하는 웹 전문가들을 포함, 750여명이 참여해 차세대 인터넷과 웹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기조 연설에 이어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가 오픈 웹 소송 진행과정을 설명했고, 시도우의 신현석씨, 어도비시스템즈의 옥상훈 씨 등이 참여해 공인 인증 대안 기술, 지불 대안 기술, 웹 표준 진행 이슈 등을 토론했다.

  이번 행사는 국내 웹 표준 커뮤니티인 CSS Design Korea가 주최한 ‘제 1회 웹 표준 경진대회’ 시상식이 함께 열려 눈길을 끌었다.

 미첼 베이커 모질라 재단 의장은 직접 시상에 나서 웹 표준을 주도하는 한국 개발자들을 독려했다.

  이수운기자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