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안경을 쓰고 한손으로 모형 입력 장치를 들자 눈앞에 3차원(3D) 자동차 모델링 형상이 떠올랐다. 머리에 쓴 센서 때문에 머리를 돌릴 때마다 모델이 보이는 각도도 달라진다. 입력 장치를 이리저리 돌리면 자동차 모델링도 같은 방향으로 회전, 다양한 각도에서 모델을 살펴볼 수 있다. 다른 손에 든 펜으로는 다른 모델을 불러오거나 현재 모델의 색상, 재질을 바꿀 수 있다. 아직 현실감은 부족하지만 일반적으로 제조 기업이 디자인을 평가할 때 진흙 등으로 실제 모델을 만드는 것에 비하면 시간, 비용 절약 효과가 탁월하다. ‘티키뷰’라는 이 시스템은 그래픽스연구원, ETRI, 독일 프라운호퍼(Fraunhofer)연구소 그래픽스넷이 공동개발해 19일 시연한 지능형 제조 시스템(IMS:Intelligence Manufacturing System)의 성과다.
3개 기관은 지난 2004년부터 지식경제부(당시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290여억원의 자금(독일 90여억원)과 140여명의 연구 인력을 투입해 IMS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다. 다양한 가상공학 기술을 제품 설계 및 제조 과정에 도입함으로써 전체 제조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개발주기를 단축시키며 이를 활용,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이 외에도 △2차원 설계(CAD) 데이터의 3차원 변환 시스템 △자동차 등 대평 제품도 실물 크기로 즉석에서 디자인 품평을 할 수 있는 초고해상도 대형 디스플레이 시스템 △원격지 디자이너들이 제품 디자인을 변경하면서 의견을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는 협업 시스템 △3D 가상 모델에서 더욱 사실적이고 다양한 재질을 표현할 수 있는 디지털재질 저작 도구 등도 개발됐다. 과제는 오는 7월 말로 최종 마무리된다. 이날 시연한 시스템을 남은 기간 동안 최종 통합하는 작업이다.
연구 수행 측은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고 현실감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향후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자평했다. 제품 시제품을 만들 필요 없이 품평이나 시뮬레이션을 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핵폭발 실험, 석유탐사, 단백질 구조 연구, 수술 연습 등 교육, 오락, 건설, 의료, 군사 등 향후 활용이 기대되는 분야도 많다.
연구 수행 측은 앞으로 관련 기술을 심화시키고 각 분야 기업에 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용환승 그래픽스연구원장은 “2004년 당시 주로 게임, 영화 등에만 집중됐던 3D 그래픽 분야에서 제조 분야에서 실제로 활용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아직은 이 시스템에 대한 인지도가 낮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관심이 증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욱기자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