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지금의 CMO가 있기까지 지난 7년여간의 성장과정을 함께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타 해외 업체들과 달리 기술을 특히 중시하는 CMO의 기업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박성수 CMEL 사장(45)은 지난달 1일자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세계 소자 업체를 통틀어 한국인으로 처음 해외 업체 CEO에 오른 인물이다. 대만 업체, 그것도 텃세와 국수주의가 심하기로 유명한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에서 한국인 CEO이기에 더욱 남다른 의미다.
박 사장은 지난 1988년부터 2000년까지 삼성전자에서 줄곧 LCD 기술개발에 매진한뒤 지난 2001년 CMO에 영입된 기술통이다. CMO의 차기 CEO로 꼽히는 빙셍 우 수석부사장과 맺은 인연에 합류한 그는 당시 1기 LCD 라인의 양산 안정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박 사장은 “당시 CMO로선 첫 투자한 LCD 라인이 과연 성공할 수 있느냐를 가늠했던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면서 “신뢰를 얻은 것도 있지만 CMO의 기술중시 문화가 없었다면 비록 자회사지만 한국인 CEO를 앉힐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CMO가 그룹 차원에서 AM OLED를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의지를 밝히면서 그에게는 또 한번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 셈이다.
한국인이면서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대만 패널업체의 수장을 맡고 있다는 일부 고까운 시선도 없지 않다. 그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내 산업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고, 또한 한국인의 저력을 해외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일 아니겠느냐”면서 “비록 지금은 CMO 그룹의 사업이 중요하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AM OLED 사업에 적극 나선 움직임에 대해 환영한다. 박 사장은 “결국 LCD 시장과 마찬가지로 차세대 AM OLED 시장도 한국의 삼성·LG, 대만의 AUO·CMO 등 4강의 경쟁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며 “(CMEL은) 초기부터 무리하게 한국 패널업체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대중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이 치열한 휴대폰 시장보다는 PMP·네비게이션 등 모바일 시장을 중심으로 보급형 AM OLED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편 CMEL은 지난달 1일 박 사장과 더불어 삼성전자 LCD총괄 출신의 한국인인 이석운씨도 기술담당 부사장에 선임했다. CMEL의 핵심 경영진이 모두 한국인인 셈이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