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의 망령 되살아나나?’
랜달 스티븐슨(47) AT&T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전세계 이동통신업계의 비난의 목소리가 뜨거워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3세대(G) 아이폰을 199달러라는 ‘혁신적(?)’ 가격에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AT&T가 아이폰 한 대당 325달러의 보조금을 애플에 지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그동안 AT&T가 단말기 보조금으로 지급해온 최대 금액이 200달러임을 감안한다면 파격적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3G 아이폰을 구매하면서 신규로 가입하는 고객에게는 100달러의 보조금을 더 지급키로 했다.
스티븐슨을 향한 경쟁사들의 비난은 그가 주도한 이같은 결정이 후순위 사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버라이즌은 AT&T의 아이폰에 맞서 팜의 ‘센트로’를 29.99달러에 공급하는 요금제를 내놓았고, 스프린트는 삼성전자의 ‘인스팅트’를 129.99달러에 판매하기로 했다. 모두 각각의 이통사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싣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한 요금이다. 스프린트의 경우, 가뜩이나 사업이 부진한 데다 분사·매각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같은 보조금이 매우 부담스런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스티븐슨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아이폰 초기 모델의 판매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봤다. 애플로부터 아이폰의 독점 판매권을 확보했지만 높은 가격과 기존과 다른 유통 정책에 보급을 확산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판매된 아이폰 초기 제품은 약 600만대로 알려졌지만 유통 재고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예측이다.
잡스를 설득해 ‘보조금’을 부활시킨 스티븐슨의 결정이 아이폰의 대중화로 이어질 지, 글로벌 이통업계의 생존권 경쟁으로 비화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