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머무르는 동안 한국의 많은 미디어 기업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들 역시 디지털 혁명에 따른 변화와 이후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디지털 혁명은 기술과 매체, 비즈니스의 형태를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그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기도 하다.
구글이나 유튜브 역시 한국의 기업처럼 소비자와 기술, 인프라 그리고 미디어 산업이 발전한 나라의 콘텐츠 업체들과 윈윈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맺어 막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다.
인터넷은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창조·유통하고 심지어는 그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까지 바꾸었고,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바꾸지 못하는 기본적인 원칙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콘텐츠 창작자에게 창작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콘텐츠를 만들어낸 노력에 대한 보상은 ‘미디어 에코(Eco) 시스템’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창작해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인터넷은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 최대 규모의 광고 시장을 창출해냈다. 이는 기존 언론인 신문사나 방송뿐만 아니라 예술인·기자·작가·뮤지션 등 콘텐츠 소유자에게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인터넷을 이용해 관객을 찾고 그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반면에 인터넷은 창작자들에게 기존에는 없던 고민거리도 안겨줬다. 콘텐츠 창작자는 감동적인 책, 식견이 높은 뉴스 기사, 흥미로운 비디오를 만들고 이를 혼자 즐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읽고 보고 사용하기를 원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자신의 콘텐츠를 웹 상에 올릴 수 있다면 새로 창작되는 콘텐츠의 양이 엄청날 뿐 아니라 관객 확보를 위한 경쟁도 가중될 것이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수백개의 TV 채널, 수백만개의 웹사이트, 그리고 수천개의 신문 및 잡지 등에서 하루종일,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어떻게 하면 원하는 정보를 찾고, 자신의 콘텐츠가 남들의 이목을 끌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하는 문제는 큰 관심사다.
구글은 수십억개의 웹페이지를 분류하고 검색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검색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세계 대부분의 정보는 아직 디지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웹 상에서 검색이 되지 않는다. 책·신문·잡지·지도 그리고 동영상까지 모두 검색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콘텐츠의 무료 또는 유료 제공 여부는 콘텐츠 소유자가 결정할 사항이다.
구글은 ‘북 서치’ 등의 서비스를 이용해 오프라인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옮기고 있다. 전 세계 1만곳 이상의 출판 파트너사들이 이 검색 프로그램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구글은 출판사와 작가가 제공한 서적을 디지털화해서 온라인에서 일부 프리뷰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자는 관련 페이지를 검색하고 출판사 웹사이트나 온라인 소매 사이트로 이동해서 해당 서적을 구매할 수 있다. 책뿐만이 아니다. 한국처럼 논문 검색이 가능하도록 관련 학술정보제공업체와 제휴를 맺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디지털 세상의 패러독스는 유용한 정보들이 점점 더 많이 온라인에 올라오는데 그만큼 더 찾아 보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온라인 콘텐츠와 검색 엔진은 실제로 공생을 위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다. 사용자는 기술을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찾게 됨으로써 온라인 콘텐츠와 검색 엔진 모두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 검색 엔진은 21세기 콘텐츠에 가치를 부여하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마운틴뷰(미국)=데이비드 은(David Eun) 구글 콘텐츠 파트너십 총괄 부사장 davideunmailroo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