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매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듯하다. 환율마저 불안정해 앞날을 예측하기 더욱 힘들다. 방법은 원부자재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구매하는 것뿐이다. 구매 전문가를 활용하면 많은 투자를 하지 않고도 원가 혁신을 이룰 수 있다. 고임금·고물가·저성장이라는 선진국형 경제 상황에서는 구매 경쟁력이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순서
상 구매대행으로 원가를 낮춰라
중 소모성 자재에서 원부자재까지
하 구매업체도 공급업체도 ‘윈윈’
연간 55만톤의 광택종이(아트지)를 생산, 관련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무림페이퍼는 지난 2006년 9월 소모성 자재(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구매를 전문회사인 아이마켓코리아에 맡겼다. 회사의 구매내용을 외부에 알린다는 데 우려의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효과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구매 원가를 단숨에 6%나 줄였다. 제조 공정비용을 6%를 줄이거나 매출을 6% 늘리는 노력에 비하면 매우 손쉬운 일이었다.
◇핵심 경쟁력에 자원 집중=무림페이퍼는 종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야 직접 조달을 하더라도 핵심 경쟁력과 무관한 MRO 1만여개 품목을 구매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난 2006년 당시 우선 MRO 제품을 공급하던 300개 이상의 납품업체에 평가 작업을 진행했다. 납품 과정이 어떠한지 절차를 파악하고, 이를 정비해 특정 품목을 어디에서 구매해야 효율적인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무림페이퍼는 이렇게 해서 MRO 구매를 아이마켓코리아에 맡기는 대신 ‘종이 생산’이라는 전공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무림페이퍼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5.8%나 늘어나는 성과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4.2%가량 증가한 549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비결은 전문성과 바잉파워=구매 원가를 줄일 수 있는 것은 △구매 관행 변화와 △MRO 업체의 전문성 때문이다. 사업장별로 따로 구매하던 것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단가는 물론이고 프로세스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MRO 회사의 노하우도 핵심 요소다. 이들은 구매처 축소와 통합 구매를 거쳐 규모의 경제를 실현, 단가를 낮춘다. MRO 업체들은 바잉파워를 활용,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 구매처를 확보하고 있다. AT커니에 따르면 e마켓을 활용해 볼펜을 구매할 때, 볼펜 수요를 조사하고 사러 다니는 활동을 몇 분으로 단축하는 동시에 대량 구입으로 비용도 40∼50% 줄일 수 있다. 아이마켓코리아의 자체 분석에서도 사무용품은 25∼40%, 공장시설 유지·보수 관련 제품은 15∼30%까지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현만영 아이마켓코리아 사장은 “대체로 기업들이 e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하면 10∼20%의 직접 비용 절감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성·투명성 일거 양득=폴 노박 세계공급관리협회(ISM) 회장은 “물가가 폭등할 때나 필수품의 단가가 인상될 때에 구매 전문가 조직에 힘을 실어주면 회사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구매전문 집단인 MRO 업체는 공급 가격이 단기에 급변동하는 일을 막을 수 있고 납품 업체의 갑작스러운 공급 거부 사태도 예방할 수 있다. 올해 들어 국내 많은 제조업체는 원부자재 업체들의 단가 인상 요구 등으로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일을 겪었다. MRO 회사는 지속적이면서도 대량으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납품 업체들이 일방적으로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공급을 중단하기 어렵다. 김명득 서브원 상무는 “전문가들의 전략적 구매로 구매 업체와 납품 업체 간의 완충지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의 특성상 구매 전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난다는 것도 장점이다. e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전자적으로 구매과정이 기록된다. 투명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구매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내외부 감사 시에도 별도의 인력과 시간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 조지프 라더바 AT커니 프로큐어먼트솔루션즈 사장은 “구매는 단지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IT를 활용해 생산의 데이터와 구매 데이터를 통합하는 등 회사 전반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최적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규태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