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의 교통지도에 교회는 있고 사찰은 없다.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수도권 대중교통정보시스템 ‘알고가’에서 주요 불교 사찰의 위치가 모조리 누락된 사실이 드러나 종교적 편향성 논란을 빚고 있다. 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공공 교통콘텐츠인데도 조계사, 봉은사 등 대형사찰을 검색하면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반면에 교회를 검색하면 상가에 입주한 중소교회까지 십자가 표시와 함께 상세히 나타난다.
말썽이 나자 국토부는 지도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기술적 오류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불교계는 현정권의 친기독교 성향이 드러난 사례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장로 대통령이 배출된 이후 불교계가 느끼는 소외감이 큰 상황에서 교통지도 콘텐츠까지 현정부의 입맛에 맞춘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요 사찰정보가 교통검색에서 빠진 것은 정부 측 해명대로 실무자의 착오로 보인다. 사찰 외에 유원지, 골프장, 공원의 위치정보도 함께 누락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못된 지도콘텐츠를 수정하는 데 무려 2주일이나 걸린 것은 공공 서비스의 종교적 편향성을 가볍게 여기는 무지의 소치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리 사회에서 전례없이 종교 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정책이 특정 종교에 치우친다는 오해를 사선 안 될 일이다. 이번 기회에 국민에게 제공되는 공공 콘텐츠의 종교적 편향성 여부를 원점에서 점검해봐야 한다.
국제도시 서울에서 이슬람 사원이 어디 있는지 주요 교통검색지도에서 한번 찾아보라. 대한민국에서 이슬람 종교시설의 위치는 국민이 알아야 할 가치가 없는가. 이제는 IT업계가 공공 콘텐츠를 제작할 때 ‘정치적 적합성(politicaly correct)’은 물론이고 ‘종교적 적합성(religiously correct)’의 잣대도 들이대야 한다. 민주사회의 기본 상식인 종교적 다원성을 놓고 현정권이 워낙 개념이 없기에 하는 당부다.
배일한기자<신성장산업부>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