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고액권 발행을 앞두고 금융자동화기기(ATM) 도입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10개월 이상 요구되는 개발 및 도입일정을 감안하면 이미 고액권 샘플이 확정돼야 하는 시점이지만 현재로서는 10만·5만원권 지폐 규격 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고액권 샘플을 이르면 올 연말께나 확정할 예정이어서 이 같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신권사태 재현되나=금융권과 ATM업계는 지난해 초 1만원권 신권 때문에 치렀던 우여곡절을 또다시 겪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당시에도 신권 샘플이 발행 6개월여 전에야 공개돼 ATM업계는 부족한 개발기간 때문에 허덕였고, ATM 공급이 촉박하게 진행되자 금융권은 금융권대로 자사 지점에 한 대라도 더 도입하기 위해 ATM 확보 경쟁을 벌여야 했다.
A은행 관계자는 “당시 일부 기종은 구매신청 후 3∼4개월을 기다려야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을 정도”라며 “고액권은 보다 빠르게 준비작업이 진행돼야 신권 발행 때와 같은 혼란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 문제없다=이에 대해 한은은 이미 고액권 규격은 확정됐고, 신권과 달리 고액권은 일시에 ATM을 교체해야 할 사안이 아닌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 발권국 이승윤 팀장은 “규격이 공개돼 ATM업계 측면에서는 감별부 부분만 개발하면 되고, 금융권도 모든 ATM에 고액권 지원 기능을 갖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일정상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고액권 샘플을 올 연말 공개하고, 이에 맞춰 구체적인 고액권 발행시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급한 쪽은 업계=하지만 ATM으로 고액권을 찾길 원하는 고객의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금융권과 ATM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TM업체 B사 관계자는 “높은 액면가 때문에 기존 지폐에 비해 감별부분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계 입장에서는 개발 부담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가운데 농협중앙회가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다음달 초 고액권 ATM 테스트를 가질 예정이다. 앞서 공개된 규격을 기반으로 지폐 환류 부분에 대한 테스트라도 미리 진행해 놓기 위해서다.
농협 측은 “이번 테스트는 기기운용을 위한 시뮬레이션 작업의 일환”이라며 “샘플이 없는 만큼 위폐감별을 제외한 환류 기능만 점검한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