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 기대하는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의 연동 의무화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백 위원장은 25일 표준협회가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서 “대·중소기업 간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가 18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대기업이 납품단가를 인상하고자 할 때 반드시 기업 간 사전에 협의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 간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현재 납품단가 조정방법을 규정한 ‘표준하도급 계약서’ ‘공정거래협약’을 채택한 기업에 벌점 감점, 현장조사 면제기간 확대 등 인센티브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업 당사자 간 교섭력의 차이로 자율협의가 어려운 경우를 감안해 하도급 법령상 조정협의 근거 및 절차규정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백 위원장은 기업이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의무적으로 가지도록 하는 것이지 납품 가격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어디까지나 기업 간 조정이 자율적으로 이뤄지게 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임금, 가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시장 질서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자가 모여 합의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는 게 윈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 위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추진을 향한 의지도 다시금 피력했다. 그는 “사전적 규제는 지속적으로 완화해 갈 것”이며 “폐지를 놓고 반대 의견이나 우려도 많지만 출총제 폐지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최순욱기자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