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약품과 입상분말활성탄 제조사인 동해화학은 지난 2003년 처음으로 기업소모성자재(MRO) 회사인 아이마켓코리아에서 제품을 판매했다. 첫해 MRO 업체를 통한 매출은 1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난 2005년에는 4억원을, 지난해에는 22억원을 판매하는 등 4년 만에 관련 매출이 20배 넘게 늘어났다. 지난해 매출의 13%가 넘는 규모로 핵심 수입원으로 떠올랐다. 비닐팩 제조업체인 진흥산업은 수출기업이 됐다. 지난 2004년 처음으로 아이마켓코리아를 거쳐 229만원으로 수출을 시작했고, 올해 5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MRO 업체, 수만개 업체와 협력=이처럼 MRO 업체들은 유통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중소기업들의 새로운 판로로 각광받고 있다. 유통업체가 중간에서 중개수수료만 받는다는 인식과는 달리 많은 고객과 소통하는 창구가 된 것이다.
아이마켓코리아, 서브원, 엔투비, KeP, MRO코리아 등 대표적인 MRO회사는 각각 수천개의 공급협력사가 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4100개 정도, 서브원은 8000여개, 엔투비는 1만4000여개, KeP는 약 3000개, MRO코리아 2000여개다. 단순 합산을 하면 3만개가량의 업체가 MRO e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를 하고 있다. 중복 거래 등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기업의 공급로가 된 것이다. 이들을 통해 거래되는 규모는 적어도 10조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의 신흥 유통로 역할=기업들의 구매혁신을 위한 MRO e마켓플레이스는 구매대행뿐만 아니라 방대한 거래처와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들의 신흥 판로가 됐다. 현만영 아이마켓코리아 사장은 “MRO는 고객사의 원가절감을, 영업 경쟁력이 약한 공급 업체에는 유통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MRO 회사의 공급협력사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MRO사의 담당자들이 업종별로 자격을 갖춘 회사를 선정한다. 따라서 우수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능력이 되는 중소기업에 한해 e마켓플레이스는 수많은 중·대형 기업과 한자리에서 상견례를 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박종규 동해화학 대표는 “MRO e마켓플레이스를 거치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에 쉽게 진출해 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제조·구매·판매 업체들이 자신이 잘하는 부문에만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상호협력 모델”이라고 말했다.
아이마켓코리아, 서브원, KeP 등이 올해를 해외 사업 원년으로 잡고 있어 수출 기업으로 발돋움할 기회도 커질 전망이다. 민병준 아이마켓코리아 전략소싱1팀장은 “향후에는 국내뿐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적 지원도 가능=MRO의 공급협력사들은 자금 지원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다. 김봉관 엔투비 사장은 “e마켓플레이스는 보통 한 달 만에 결제해 줌으로써 공급업체들이 대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외상과 어음이 주 거래였지만, 전자적 결제를 통해 대금 지급 방식이 개선된 것이다.
MRO회사들이 제조 비용을 지원하기도 한다. KeP는 올해 보증회사를 통해 제조 비용을 지원하는 ‘유앤아이보증사업’을 실시했다. 신명철 KeP 사업기획팀장은 “자금력 부족으로 사업을 수주하고도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 지원을 위해 보증 사업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