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AM OLED 장비 "설땅이 없다"

 LG디스플레이가 파주에 구축하는 3.5세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라인 핵심 장비 공급사로 일본 ‘도키’사를 선정했다. 지난해 일본 캐논이 인수한 도키는 AM OLED 증착장비 전문업체로, 지난해 하반기 삼성SDI가 양산 가동한 4세대 설비도 전량 수주했다.

도키가 삼성SDI에 이어 LG디스플레이마저 AM OLED 양산 장비를 수주함에 따라 차세대 AM OLED 장비 시장도 또 다시 외산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대표 권영수)는 최근 일본 도키를 파주 3.5세대 AM OLED 신규 라인의 증착장비 공급사로 결정했다. 통상 AM OLED 라인 투자의 경우 핵심 전공정 장비인 증착장비 공급사가 나머지 주요 장비를 일괄 지정하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인캡’ 등 후공정 분야를 제외하면 LG디스플레이의 3.5세대 설비 투자에도 외산 장비가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3.5세대 AM OLED 양산 라인 1기에는 기존 연구개발(R&D)용 장비 개선 비용을 포함, 총 1250억원의 설비 투자를 단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LG디스플레이가 3.5세대 AM OLED 증착장비로 일본 도키를 선정한 것은 조기 양산 성공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국내 장비업체인 두산메카텍·에이엔에스·선익시스템 등도 함께 검토했지만, 도키는 이미 삼성SDI에서 양산성이 입증됐다. LG디스플레이가 핵심 양산기술로 ‘저온폴리실리콘(LTPS)’와 ‘아모퍼스 실리콘(a-SI)’ 방식 등 두가지를 모두 고려하다, 결국 삼성SDI의 AM OLED 라인에서 검증된 LTPS 방식을 채택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럼에도 국내 장비업계의 아쉬움은 크다. 이같은 장비 발주관행은 국내 산업의 싹조차 키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패널 업체들이 가격과 양산 경쟁력을 우선하는 상황에서 외산 장비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칠 경우 국내 업체들로선 감당할 수 없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막대한 개발비를 쏟아부어야 하는 국내 장비업체들로선 현재 가격입찰 경쟁을 버틸 재간이 없다”면서 “장비 산업 육성을 위한 최소한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경우 향후 AM OLED 산업 전반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LG디스플레이는 “3.5세대 AM OLED 장비 발주는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고, 여러가지 양산 기술을 검토중”이라며 “다만 양산 성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최근 AM OLED 사업부 신설을 통해 오는 2011년 ‘19인치’ TV용 패널 양산을 목표로 삼았다. 일본 소니가 11인치 TV용 AM OLED 패널을 일부 양산한데 이어 삼성전자가 14인치급 AM OLED 패널을 내놓겠다고 밝힌만큼, 내부적으로는 이를 뛰어넘는 목표치를 제시한 것이다.

서한기자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