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하 기표원)에서 추진했던 ‘택배상품 포장 KS 규격화’가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제각각 크기와 내구성이 다른 택배상자에 KS 규격을 부여해 물품 파손 등으로 인한 고객 불만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당초 계획과 달리 업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 못하고 홍보도 부족해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규격 도입업체 한 곳도 없어=현재 택배 포장 KS 규격을 획득한 곳은 없다. 이유는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 2005년 당시 기표원은 대한통운·현대택배·한진·CJ GLS 등 상위 11개 택배 물류기업과 포장분야 전문연구소 등 관련 전문가와 함께 택배물류 포장 표준화협의체를 구성해 ‘택배용 표준규격 포장용기(규격번호 KSA1070)’를 이듬해 12월 내놓았다.
가공식품·생활용품·농수산물 등 3개 분야에서 택배 포장 상자 크기, 저온유통 포장 상자 강도기준, 택배 포장 취급 및 제품 표시 방법 등에 대한 KS 규격을 개발키로 했다. 반면 총 5페이지에 불과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정해진 규격은 택배용 골판지 상자의 표준 압축강도로만 한정됐다.
그러나 다양한 화물을 취급하는 택배업계에서 단순히 상자의 크기와 내구성만을 정해 놓은 기준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사는 다양한 화물을 취급하기 때문에 하나의 규정으로 규격을 강제하긴 쉽지 않다”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도입을 해야 하지만 보다 다양한 규격을 정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표준 규격의 적재 효율을 파렛트 기준으로 제정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택배업계는 파렛트 보다는 컨테이너로 화물을 적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홍보 부족, 컨트롤타워가 없다=문제는 국내 택배업계에서 포장 표준화를 서둘러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규격조차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실제로 대한통운을 제외한 국내 택배업계는 ‘포장 표준화 규격’이 제정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식경제부 유통물류과 관계자는 “표준 규격을 정하는 것은 기표원의 고유 업무다”며 “그러나 규격을 확산하기 위한 홍보는 어느 누구의 전담업무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물류 표준화 관련 업무를 다루는 부서가 지식경제부·국토해양부 등으로 분산돼 표준화처럼 긴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 할 문제가 정책의 연속성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오선진 한국포장협회 부장은 “일본은 택배사 별로 부설 포장연구소를 개설해 운영 중이지만 한국업체는 포장에 대한 인식이 미약한 상황이다”며 “연속성을 갖고 표준화를 종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정진욱기자 coo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