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모바일 OS 표준 전쟁](하)삼성·LG 전략 업그레이드 하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휴대폰 운용체계(OS)에 관한 한 ‘고도의 눈치 작전’을 펼쳐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바일 OS 시장은 주도하지는 않았지만, 각종 OS 표준화 단체에 참가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던 셈이다.

리눅스 플랫폼인 리모(LiMo), 안드로이드 진영 등에 잇따라 참여했던 것은 노키아 주도의 심비안 진영이 비대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윈도모바일을 공급하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서도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으로 활용됐다.

실제로 노키아가 심비안 지분을 사들이고 이를 공개키로 한 데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참여했던 오픈 소스 재단의 움직임이 결정적이었다. 노키아의 OS로 낙인찍힌 폐쇄형 플랫폼으로는 ‘심비안 생태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24일 노키아가 심비안 지분을 사들여 플랫폼을 공개하기로 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OS 전략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여러 OS에 조금씩 지분을 투자해 위험도를 분산시키는 현재의 전략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단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심비안 재단 설립을 반기고 있다. 재단 회원사로서 무료로(회원 참여비 별도)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어 심비안 플랫폼이 득세하고 있는 유럽 시장 진출에 유리한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뿐만 아니라, 모토로라를 비롯한 전세계 5대 메이저 휴대폰 업체들도 같은 이유로 심비안 재단에 참여했다.

LG전자 MC신사업개발팀 박현 상무는 “각 진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온 LG전자는 심비안 재단에 참여해 향후 오픈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있는 신제품들을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권도훈 상무도 “이미 삼성 단말기에 심비안과 S60플랫폼을 성공적으로 탑재한 바 있다”며 “심비안 재단 설립은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OS 시장에서 무조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심비안 재단이 노키아의 강력한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더구나 노키아의 전략이 단순히 플랫폼을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심비안을 스마트폰의 표준 OS로 자리잡게 한 후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웹 서비스 시장까지 장악해보겠다는 게 노키아의 의도다. 노키아는 휴대폰 제조업체가 아니라 이미 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여러 차례 선언했다. 이러한 노키아의 전략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노키아는 심비안 100% 지분 인수를 통해 인력과 노하우를 모두 인수하는 반면 국내에는 심비안 엔지니어 인력층이 상대적으로 얇다. 결국 스마트폰 OS 표준이 어느 쪽으로 결정나든 휴대폰 강자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답은 OS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것이다. 전세계 시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휴대폰 출하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바일 웹으로 시너지를 예상되는 스마트폰의 디지인을 혁신하고 킬러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물량 측면에서는 노키아를 창조적 혁신 측면에서는 애플을 지속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류현정 이동인기자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