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IT산업-경기 불황에도 수출효자 품목은 웃어

[상반기 결산]IT산업-경기 불황에도 수출효자 품목은 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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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는 고유가로 촉발된 원부자재 가격 폭등과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장기간 촛불집회와 화물연대 파업으로 사업 환경마저 어려워져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일부 기업들은 원부자재 조달 차질로 생산마저 중단해야 했다. 부품 협력사들은 원가 상승에 공급가 인하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반면 미국의 저달러 정책으로 원화 환율이 상승하는 바람에 수출 기업들은 호조를 누렸다. 에너지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태양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테마주로 떠오르며 각광을 받았다.  

 <정보화·솔루션>

 지난 상반기 국내 IT투자 중 금융·제조 분야는 호조를 보였으나 공공 부문은 새 정부 출범과 조직 개편, 투자 효율화 등으로 상당히 위축됐다. 금융은 차세대 시스템 지속 사업이 진행되고 자통법, 국제회계기준, 자금세탁방지(AML) 등 새로운 수요가 발생했으며 제조 부문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ERP·SCM 부문의 신규 투자와 업그레이드 수요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반면에 공공 부문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부부처 조직 통합, 국가정보화사업 전면 재조정 등에 따라 사실상 신규 사업은 전무하다시피했다. 또 공공기관에서도 예산절감 등의 이유로 저가 발주가 이어져 시장 위축을 불러왔다. 하반기에는 공공 부문 발주 위축과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 사업 마무리, 그리고 경기 악화에 따른 중견기업 이하의 투자 위축 등으로 정보화 분야는 더욱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W 업계와 IT서비스 업계는 상반기 스페인소프트웨어 기업인 스티마사의 불법 복제건이 부각되면서 이슈가 됐다. 쉬프트정보통신이 스티마사의 티차트를 불법복제해 형사 처벌을 받은 데 이어 쉬프트 고객까지 고소를 당하면서 과연 불법 복제 여부를 알지 않고 구매한 고객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 관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버·스토리지를 중심으로 한 IT하드웨어 시장은 연초부터 터져나온 다국적IT기업의 유통비리 사건에 이어 정부 조직개편 및 예산절감조치에 따른 공공사업 위축 등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기술 측면에서는 서버는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가 기존 듀얼코어 프로세서 서버를 제치고 x86서버 시장의 주류를 차지했다.

 

 <디바이스>

 비메모리 분야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에 비해 높았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이 반도체총괄 사장에 오르면서 비메모리 분야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하이닉스 역시 실리콘화일·파이슨 등 비메모리업체들과 잇따라 협력을 체결,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차세대 비휘발성메모리 분야에서 공동개발하기로 한 데 이어 성능평가협력사업 분야에서도 협력하기로 하는 등 대·대·중소기업 협력 분위기도 이끌어냈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전 세계 LCD 패널 가격이 안정되면서 뚜렷한 호조세로 돌아섰다. 한국이 LCD 패널 시장을 석권하면서 기세를 올리자 대만·일본 등을 위시해 국가 간 경쟁도 한층 뜨거워졌다. 삼성전자와 탄탄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7·8세대 LCD 라인 합작투자를 단행했던 일본 소니가 자국 내 샤프와 손잡고 10세대 라인 공동 투자를 결정한 것은 한일 간 자존심 경쟁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국내 패널업체들이 본격적인 양산 경쟁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가 AM OLED 사업부를 신설한 데 이어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독립 합작사를 만들어 시장 선점에 나서기로 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업계는 신제품 경쟁과 특허문제로 뜨거웠다. LED 조명 대표격인 화우테크놀러지는 일본 편의점 체인 로손을 비롯, 해외시장 개척 시 LED조명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일반부품업계는 대기업의 단가인하압력에 원자재 가격 상승·화물연대파업 여파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휴대폰시장에서는 터치폰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수동부품업체들은 내년 이후 본격 도래할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준비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유가가 상승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사용한 각종 화학 소재 업계의 비용 부담은 높았다. 이로 인해 SKC와 코오롱이 폴리이미드 필름 합작사를 설립하고 LG화학이 코오롱 고흡수성수지 사업을 인수하는 등 소재 기업 간 인수합병과 합작사 설립 등의 구조 조정 노력이 이어졌다.

 고유가 시대 현실화로 태양광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고부가 산업으로 등장했다. 동양제철화학이 올 초부터 태양광 전지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 생산에 들어간 것을 비롯, 태양광 웨이퍼·모듈 분야 진출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줄을 이었다. 전자 소재 업체가 늘면서 범용 제품의 수익성이 떨어져 다기능 혹은 원가절감 기술들이 주목받았다.

 <에너지·신성장>

 올해 신약 개발 투자가 활발했다. 특히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 간 짝짓기가 눈에 띄었다. 한미약품·중외홀딩스 등 제약사가 포트폴리오 형태의 투자 방식에서 탈피, 100억원대 이상 대형투자를 크리스탈지노믹스·크레아젠에 각각 진행했다. 학계와 기업이 탐지견·사자견 등을 복제하는 데 성공했으나 미국계 동물 복제 기업 스타트 라이선싱이 특허 침해 주장을 펴 논쟁을 벌였다. 바이오 기업의 임상시험이 활발, 세포 치료제 상업화 시대도 바짝 다가섰다. 정부가 u헬스케어 활성화 정책 수립에 들어간 것도 고무적이다. u헬스케어 걸림돌로 지적된 의료 관련법을 개정, 원격진료의 허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IT융합 의료기기 개발에 올해부터 2012년까지 25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의료기기산업 활성화 정책을 발표, 주목을 끌었다. 대기업의 의료기기 진출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전자가 디지털엑스레이 디텍터 사업에 나섰고 일진그룹이 의료기기 기업 바이메드시스템을 인수하는 등 대기업의 헬스케어 진출이 활기를 띠었다.

 에너지 분야, 특히 태양광 영역에선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제도 개선안을 놓고 거센 논란이 일었다. 업계는 발전차액 기준가를 줄이는 것이 개선이 아닌 ‘개악’이며 중소 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처사라고 강력 반발했다. 결국 지식경제부도 이 같은 업계 의견을 수렴, 당초안을 일부 수정하고 관련 고시를 발표함으로써 논란을 일단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와 함께 원자력발전 3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도 원자력이 새롭게 조망되는 기회를 맞았다. 고유가 상황이 원자력 재조명에도 도움을 줬다. 정부에서도 원자력 발전 확대를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원자력 업계에서는 상반기에 원자력 비중 확대에 대한 정부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부는 국민 의식을 고려,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않고 상반기를 넘겨 원자력 업계의 아쉬움을 샀다.

 

 <홈앤모바일>

 상반기 정보가전 시장은 제품 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 불황, 내수 침체에도 휴대폰과 LCD·PDP TV와 같은 평판TV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프린터도 삼성전자의 공격 마케팅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갔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수요를 견인해 왔던 가전과 PC는 성장세가 주춤했다. 평판TV 업계는 연초 올해 평판TV 시장규모를 160만대로 전망했다. 산업계 추산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업계는 전망치를 약간 웃도는 85만대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70만대가량 판매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0%가량 성장한 규모다. 기술로 볼 때 LCD TV가 47만∼50만대, PDP TV가 32만∼35만대 수준으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휴대폰 시장은 3세대(3G) 가입자 확보를 위해 이동통신 사업자가 주도한 마케팅 경쟁과 프리미엄 휴대폰의 잇따른 출시가 맞물리면서 출고 대수에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매월 200만대 이상 꾸준히 출고해 1386만대 규모에 달한 것으로 집계했다. 특히 1분기에는 이통사의 보조금이 시장을 이끌었고, 2분기에는 약정할인제가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의 휴대폰 구매가 이어졌다. 국산 휴대폰 업체의 해외에서 성과도 괄목할 만했다. 특히 LG전자는 1분기에 소니에릭슨을 제치고 글로벌 4위 업체에 등극한 데 이어 2분기에 모토로라까지 제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PC시장은 노트북PC가 사실상 수요를 견인했다. 데스크톱PC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했지만 노트북PC는 여전히 10% 이상 성장했다. 삼성과 LG전자 같은 토종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올라가는 데 비해 외산은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국산 제품 쏠림 현상이 강했던 분기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24%에서 21%로 3%포인트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2분기에도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프린터 시장에서 효자는 단연 레이저 프린터였다. 삼성의 공격 마케팅과 맞물려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레이저 프린터는 지난해 4분기부터 레이저가 잉크젯을 따라 잡은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역전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유통>

 고유가 시대에 따라 에너지 자원을 전적으로 외국에 의존한 올 상반기 유통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물류 대란도 심각했다. 고유가에 의한 과도한 운송 비용은 고스란히 화물차주의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수출 중소기업이 조업 중단 위기에 처하는 등 피해가 확대됐다. 중소기업청이 접수한 중소기업의 피해 사례 규모는 모두 29건으로 1240여만달러로 집계됐다. 주요 피해사례로는 △수출물품 납기지연 △수출자금 회수의 어려움 △원·부자재의 수급지연 △조업중단 등이다.

 삼성광주공장은 냉장고와 세탁기를 비롯한 수출용 가전제품과 내수용 제품 60%가 수송되지 못하면서 주간 2시간, 야간 1시간 30분씩 이뤄지던 잔업을 중단됐으며 이마저도 견디지 못하고 1989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이날 공장 가동을 멈춰야 했다.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대형마트는 중소 소매점보다 비교적 상황이 여유롭지만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배송 지연이나 물류비 상승 등의 영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