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50달러 시대, 투자 엑소더스가 온다.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돌파가 예상되면서 우리 증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30일 국내 증권 시장에서 외국인은 1분기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증시하락을 연상시킬 만큼 매도공세를 지속했다. 외국인들은 6월 한달간 2일과 5일 두 차례를 제외하고 연일 팔아치우는 ‘엑소더스’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2달러를 넘어서는 초강세를 이어간 데 따른 부담감으로 이틀째 하락했고, 국내 증시도 외국인 순매도를 이어갔다.
증권사 및 금융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 공세 주원인으로 유가상승과 달러가치 하락을 꼽았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유가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미국 경기회복이 더디게 전개되고 이에 따라 미국의 금리정책 판단이 어려워지고 있는게 문제”라면서 “이는 다시 달러 약세와 유가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달러가치 하락이 투기자본의 유가상승을 부추기자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현금을 마련해 원유 등 상품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개미들도 ‘주식보유 비중을 줄이고 대신 현금 보유 비중을 높일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40달러를 넘은 유가가 상승탄력을 받아 2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며 “이럴 경우 (주식시장 매도세가 이어져) 국내 코스피지수는 155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유가가 급등할 경우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는 투자를 미루고, 주식자산이 높은 투자자는 주식비중을 줄이며 시장을 관망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센터장은 “유가에 덜 민감한 정보기술(IT)주도 유가의 고공행진에 따른 경기침체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유가급등-외국인엑소더스-국내 투자자들 현금보유 증가’로 이어지는 증시 대란이 예고된다는 말이다. 결국 유가 고공행진이 멈춰져야만 우리 증시의 역동성이 회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의 고유가는 투기적 자금유입의 산물”이라며 “비록 유가가 하반기 최고치 150달러를 넘더라도 평균가격은 110달러에 안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했다. 즉 현 수준에서 유가가 추가로 상승한다면 원유 수요를 빨아들이는 중국과 같은 고성장 신흥국가도 소비를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가 리스크는 또 있다. 이란의 핵 위험, OPEC등의 원유 자원화 등이 강화되면, 하반기 우리 증시에 사상 최대의 ‘엑소더스’ 행렬이 벌어질 수 있다.
이경민기자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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