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이 양식장을 싹쓸이하는 절도범죄를 막기 위해 첨단 IT로 속속 무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전복생산지인 전남 완도군은 어민들의 생계보호를 위해서 양식장 주변에 접근하는 수상한 선박을 감시하는 어장감시시스템(FSS:Fisheries Surveillance System)을 처음으로 도입키로 했다.
완도군이 도입할 어장관리시스템은 양식장에 출입이 허가된 선박에 고유 ID를 내장한 전파식별장치를 부착하고 인근 육지에서 레이더를 통해 양식장 인근의 선박이동상황을 감시하는 원리로 운영된다. 만약 전파식별장치가 없는 수상한 선박이 양식장 근처로 접근하면 레이더 감시센터에서 자동으로 경고가 울린다. 양식장 주인의 휴대폰에도 경고메시지가 뜨기 때문에 즉시 대응조치가 가능하다. 어선에 장착하는 전파식별장치는 900㎒대역 신호를 발신하며 반경 30㎞ 떨어진 육상 레이더에서 선박정보를 감지할 수 있다. 해군에서 적함을 구분하는 피아식별장치(IFF)를 어장감시용도로 전환한 사례다.
완도군은 우선 시범사업으로 오는 9월까지 서부지역 노화읍의 선박 100여척에 전파식별장치를 장착하고 어촌계에 레이더 감시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 완도군이 어장관리시스템을 서둘러 구축하는 이유는 최근 경기침체로 고가의 전복 양식장을 노리는 생계형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완도 해역에서는 전문 잠수사를 동원한 절도범들이 심야에 양식장 그물을 들어올려 전복을 훔쳐 가려다 잡히기도 했다. 완도군내의 전복 양식장은 총 2000핵타르, 전국 생산량의 75%를 생산하고 있다. 어민들은 소중한 양식장을 지키기 위해 매일 야간감시에 나서지만 망망대해에서 24시간 경계를 갖추는데 한계가 있다.
완도군청 해양수산과의 방현수씨는 “수년간 키운 전복을 싹쓸이하는 절도범죄는 이 곳 주민생계에 큰 위협이다. 어장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면 지역경제의 안정에도 큰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완도군청은 시범사업의 결과가 좋을 경우 어장관리시스템을 관내 어촌계와 어선 2500여척으로 확산할 예정이다. 이미 전남 진도, 신안군 등 인근 지역 수협에서도 완도군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장관리시스템은 구 해수부 과제로 벤처기업 일래스틱네트웍스(대표 손명호)와 목포해양대 임정빈 교수팀이 공동개발한 장비로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로부터도 수출문의가 들어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