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3.3% 유지가 목표였던 소비자물가가 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결국 5% 벽을 넘어서며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하반기 경제성장률도 3.9%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물가·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5.5% 급등했다. 소비자물가가 이처럼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은 1998년 11월(6.8%) 이후 9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1월 3.9%, 2월 3.6%, 3월 3.9% 등 3%대 후반에 머물다 4월 4.1%, 5월에는 4.9%까지 치솟는 등 점차 상승률이 가파라지고 있다.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작년동월에 비해 7.0% 급등했다. 이 역시 2001년 5월(7.1%) 이후 최고치다. 농수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3% 올랐다. 생선류, 채소류, 과실류 등 신선식품지수는 5.6% 하락했다.
문제는 하반기 성장률도 회의적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1일 ‘2008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했던 4.4%보다 훨씬 낮은 3.9%에 머물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간 전체로는 4.6% 성장해 애초 한은의 예상(4.7%)보다 소폭 하락한 수준이지만 성장률이 상반기 5.4%에서 하반기에 3.9%으로 큰 폭 추락할 것으로 예측돼 실물경기가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는 연초 3.3%에 그칠 것으로 봤지만 상반기 4.3%에 이어 하반기 5.2%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연 4.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고유가로 실질소득 증가세 둔화, 기업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소비·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돼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12월에 내놨던 경제전망치를 대폭 수정했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의 경우 당초 전망보다 3배나 불어난 90억달러로 수정됐다. 경상수지는 환란 이후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해왔으나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은 적자 규모를 떠나 경제전반에 심리적으로 적잖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국제유가의 경우 하반기에도 수급 사정이 쉽게 개선되기 어렵고 원유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높은 수준을 지속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연간 성장률로 봐서 4.6%는 그리 걱정할 수치는 아니지만 성장률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위축되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제 지표 가운데 눈에 띄게 불안한 부분은 물가 상승률이다. 한은이 예상한 연간 4.8%는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 3.5%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이에 따라 ‘물가안정’을 정책의 주된 목표로 잡고 있는 한은이 선제적 금리 인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권상희·이형수기자 shkwon@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8년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