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가 ‘특허 전쟁’을 치르고 있다.
IT에 이어 BT·GT 등 신규 유망산업이 등장하고 기업들이 특허 및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특허 소송 건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날로 첨단화하는 실리콘밸리에는 기술개발 자체보다 소송을 이용한 로열티 챙기기에 급급한 특허 전담업체, 일명 ‘특허괴물(patent troll)’의 ‘먹잇감’도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따라 IT 대기업들이 특허 사냥꾼에 대응하는 공동 연합전선까지 구축하는 등 이제 특허대응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공통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30일(현지시각) 월스트리저널 등 주요 외신은 구글·MS·시스코시스템스·HP 등 미국 주요 IT 기업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연합보증 트러스트(Allied Security Trust)’를 결성했다고 보도했다. 참여 기업은 지식재산권 구매를 위해 각각 25만달러를 지급하고 이와는 별도로 향후 특허 확보에 대비해 에스크로 계좌에 각각 500만달러를 예치해야 한다. 이 그룹의 대표인 브라이먼 힌먼 전 IBM 지재권 부문 부사장은 “이 모임은 특허를 통한 이익 창출을 추구하는 이익 단체가 아니다”면서 “타사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주요 특허를 구매함으로써 소송에 따른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공동 대응 외에도 IT기업은 ‘인텔렉추얼벤처(IV)’와 같이 특허를 대신 구매, 기업들에 양도하는 전문 업체에 투자하는 등 다각도로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IT에 이어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신생 친환경 벤처기업도 특허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날마다 신기술이 태어나고 IT벤처 형성 초기처럼 핵심 직원의 이직도 활발하기 때문이다. 모리슨&포스터의 친환경 지재권 분야 전문 변호사인 에릭 월터스는 “이 분야 특허 분쟁은 이제 시작”이라며 “최근 1∼2년간 GT의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IT·금융 분야 기업들이 뭉친 ‘공명정대한 특허연합’ 조사에 따르면 특허 관련 소송 건수는 지난 1990년 한 해 921건에서 지난해 10월 한 달에만 2500여건으로 급증했다. 샌타클래라주법조인협회는 이 같은 실리콘밸리의 특허 소송 러시 덕분(?)에 전문 로펌도 늘어나 샌타클래라 지역에서 개업하는 변호사가 10년 전보다 21%나 늘어난 8500여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