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대기업 A사는 지속적인 거래를 약속하며 중소기업 B사에 핵심기술을 요구했다. 이에 B사는 의심 없이 기술을 제공했다가 기술유출이라는 낭패를 당했다. A사는 B사 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직접 개발해 출시한 것이다.
#사례2. 대기업 C사에 신기술 개발품을 납품하게 된 중소기업 D사. 어렵게 대기업을 뚫었다는 기쁨도 잠시. D사는 납품 중단 통보를 받았다. C사가 다른 중소기업에 같은 제품 개발 용역을 의뢰한 것. D사는 이 일로 결국 문을 닫았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밝힌 대기업이 중소기업 보유 기술을 악용한 사례다.
이 같은 사례는 사실 적지 않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조사 결과, 중소기업 가운데 무려 30%가량이 대기업 납품 시 기술유출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유현 중소기업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중소기업이 거래처를 뚫는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되는 사례가 있다”면서 “기술 하나로 버티는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빼앗기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분위기를 깨는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인 기술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기술자료 임치제도’가 이달 말 시범서비스에 들어간다. 이 제도는 특정 기술을 바탕으로 2곳 이상의 기업이 수·위탁거래 시,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기술자료를 공개하는 대신에 중요 정보 등을 특정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술자료 임치제는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에 담겨 있는 내용으로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중소기업청 지원을 받아 기술자료 임치센터를 설치해 기술 보관 및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보관되는 기술자료는 제품의 설계도를 포함해 물품의 생산·제조방법, 연구개발 보고서 등 기술정보와 전략 및 중요계획·관리정보·매뉴얼 등 경영정보 등이 포함된다. 재단은 기술자료 임치 시 임치물과 해당기술의 동일성 확인 그리고 담보 등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임치물의 기술가치 평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는 ‘상생협력 촉진법’상 이 제도가 단순히 권고사항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신승주 재단 사업본부장은 “미국·EU·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면서 “의무가 아니어서 대기업들이 소극적일 수 있겠지만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해 대기업 등 위탁기업의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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