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거대 지역 경제권이 핵심 경제 단위로 급부상하면서 우리나라도 광역 경제권으로의 재·개편이 물살을 타고 있다. 광역적 지역통합으로 지역 자체 발전을 도모하고 수도권을 국가 경쟁력의 대표주자로 삼는 추세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세를 형성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선벨트, 5+2 광역경제권 등 지역발전 정책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대구·경북권의 전국 대비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을 보면, 경북은 7.1%로 수도권과 서울·경기를 제외하고 가장 높지만 대구는 3.3%로 전국 10위권이다. 2000년 이후 지역경제 성장 추이 또한 경북은 꾸준히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지만 대구는 평균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대구가 대구·경북 광역권의 중심 도시인데도 경제적 위상이 낮아 중심 도시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지만 대구와 경북 간에 협력 노력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상호보완을 통한 시너지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 선진국은 오래 전부터 광역경제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프랑스는 파리 집중형 국가 구조를 다극화하기 위해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광역권 내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면서 시너지 극대화를 유도해나갔다. 또 파리의 각종 규제를 해제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대수도를 건설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영국 또한 인구 500만명 기준으로 9개로 권역을 나누고 지역 개발에 경쟁적으로 참여토록 하면서 지역을 세계 속의 개별적 경쟁 주체로 유도하고 있다.
일본은 47개 도도부현이 평균면적 8040㎢, 평균 인구 270만명으로는 광역 공간 단위로 협소하다는 판단 아래 도도부현을 통합한 9개 광역지방계획권역을 설정했다.
이러한 선진국 광역경제권 정착의 배경에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권력이 이양된 강력한 집행기구가 있다.
현재 우리의 균형발전 정책은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많이 배정받으려는 지자체 간의 경쟁 구도로 이뤄져 비창조적인 형태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광역권 산업의 내실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고려와 관료적 통제로부터 독립해 지역의 자립적 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광역 지역발전기구’의 도입이 필요하다.
발전기구는 지자체 간의 상호이해를 조율하며 사업 중복과 자원 낭비를 예방하고 광역 차원의 종합적 시각에서 전략 및 계획을 수립 조정하는 구심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광역클러스터 발전 사례로서 영국의 웨일스는 6개 지역으로 구성된 인구 300만명, 남한의 5분의 1 면적을 가진 초광역 클러스터다. 웨일스는 전통적인 낙후 지역으로 석탄과 철강산업에 기반을 두었으나 사양화 길로 접어듦에 따라 ‘웨일스개발청’을 중심으로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를 강화하고 유치기업의 정착을 지원했다. 특히 ‘팀웨일스(Team Wales)’라는 특유의 기업지원방식을 통해 고용, 기술경쟁력 강화 등 투자유치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기업과 투자자의 요구에 부응해왔고 이를 위해 웨일스 주정부, 지역대학, 기타 산학연 관계기관의 협력을 이끌어냈다. 웨일스개발청은 이 지역의 투자 유치와 광역클러스터를 구축해가면서 기업 활동을 중심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주도하는 핵심기구로서 역할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처럼 광역클러스터를 기획하고 추진해 나갈 전담기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 기구는 단순 심의조정 기능에 그쳐서는 안 되며 강력한 추진 권한 부여를 통해 장기적으로 클러스터를 만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광역권 간의 능동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
지역경제권 간의 협력과 공유문화 기반을 이끌어내는 중앙정부도 지자체도 아닌 제3의 별도 조직을 바탕으로 중앙정부의 대폭적인 권한 이양과 지방정부의 전폭적 지지 속에 능동적이고 차별화된 광역클러스터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장욱현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65346700@ttp.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