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그간 지수를 이끌던 IT주에 집중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지난달 4조7000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1일과 2일에도 순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 특히 IT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 10위권에는 1위 삼성전자(1조51억원), 3위 LG전자(4186억원), 4위 LG디스플레이(3338억원), 7위 하이닉스(1380억원) 등이 포함됐다.
◇외국인 매도로 IT주 급락=이로 인해 삼성전자, LG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등 IT주는 올해 고점대비 20% 이상 하락세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15일 76만4000원을 기록한 이후 17.2%나 떨어졌고 LG전자도 지난 5월 고점인 16만8000원 대비 30%나 빠졌다. LG디스플레이나 하이닉스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이 IT주를 대거 파는 데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당초 하반기 실적호조를 기대했던 IT 업종이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간 많이 오른 IT주를 차익실현 매물로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2분기 휴대폰, 가전 등의 수출 호조와 원화 약세 수혜로 지수 안전판 역할을 했던 전기전자 업종이 하반기 이후 수요 감소로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가격이 정체인데다 휴대폰 등 가전도 당초 기대를 모았던 베이징 올림픽 특수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지진 여파로 수그러들며 실적개선에 보탬이 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외국인 경기 방어주 매수=이러한 설명은 은행주와 건설주에 대한 매도가 함께 이뤄졌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외국인은 국민은행(4452억원)·하나금융지주(2818억원) 등 은행주도 함께 매도하고 있다. 이는 서브프라임의 여진과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반면 외국인은 최근 전방위적인 매도공세에도 주가가 급락한 조선주와 한국전력·KT&G 같은 경기방어주와 통신주 등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매수를 유지했다. 외국인은 한국전력(486억원)·KT&G(433억원)·SK텔레콤(197억원) 등 인플레이션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경기방어주를 선별 매수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치고 있는데다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재차 부각되고 있어 외국인의 매도공세 패턴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이 상승하면서 글로벌 시장 전체가 고전하고 있다”며 “당분간 외국인 매도공세 속에 선별매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기자 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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