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 지표가 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에 버금갈 정도로 악화되면서 IT산업의 저력이 다시 입증되고 있다.
초고유가에 무역수지마저 다시 적자전환되는 미증유의 악조건 속에서도 IT산업이 국가 수출 성장세의 지렛대이자,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하반기 수출전망에 따르면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가전 등 우리나라 4대 IT 품목이 하반기 전체 38억달러 규모의 무역 흑자를 이끌 견인차가 될 전망이다.
이들 4대 IT품목의 올해 전체 수출예상치는 1156억3600만달러로 올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예상치인 4355억달러의 무려 26.5%를 점한다.
특히, 반도체는 올 상반기 175억5300만달러의 수출로 작년 동기 대비 7%나 감소세를 탔던 것에서 벗어나 올 하반기에 237억1200만달러의 수출로 작년 동기 대비 17.5%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연간으로도 처음 400억달러 수출고지를 넘어서며 412억달러 수출로 작년 대비 5.7%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 세계 시장을 휩쓸고 있는 우리 휴대폰과 디스플레이도 수출증가율이 20%대 이상의 고공행진을 계속하며 수출 코리아호의 엔진 역할을 다해낼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은 올해 387억달러의 수출로 작년 대비 27.1%의 증가율을 탈 것으로 예측됐다. 디스플레이도 처음으로 200억달러 수출 고지를 넘어서며 연간 206억달러 수출로 24%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134억달러의 수출로 7.7%의 하락세를 보였던 가전도 올해는 상승 반전하며 11.7%의 증가율로 150억달러의 수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수출입 관련 기업·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하반기 수출동향 점검회의’에서 “수출은 상반기는 물론이고 하반기에도 호조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며 “올해 전체 예상치는 19억달러 선의 적자지만, 우리 수출기업의 저력을 믿으며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는 수치”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등의 악조건만 진정되면 IT 등 유력 수출 품목의 힘으로 적자폭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의 표시기도 하다.
이처럼 국가위기 때마다 IT산업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새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IT산업 육성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덕준 레인콤 이사회 의장은 “IT 제품의 수출이 늘더라도 해외에 퍼주는 로열티가 20%에 육박하고 있다”며 “2조원가량의 정부 R&D 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IT 관련 국내 R&D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줄 것”을 기대했다. 양 사장은 또 “정부에서 차세대PC와 같은 프로젝트를 선정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선단형 R&D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호·양종석·최순욱기자 jholee@
반도체 등 4대품목 수출 1156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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