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품 시장에 ‘오일머니’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세계 경제에서 자원부국들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미술품 시장에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 경제가 신용경색으로 주춤하는 사이 막대한 오일머니를 축적한 러시아와 중동의 재벌들이 미술품 시장에 매물로 나온 명화들을 싹쓸이 하고 있다.
러시아 석유재벌이자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지난 5월 뉴욕 현대미술경매에서 최고가 작품 3점 중 2점을 낙찰받았다. 아브라모비치 외 다른 올리가르흐(러시아 거부)들도 경쟁적으로 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더비크리스티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더비 런던의 메이저 경매 총낙찰액 중 15% 정도가 올리가르흐들에 의한 것이다.
이들 국가의 거부들이 고급 미술품을 적극 수집하는 이유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거둬들인 자금을 담아둘만한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커져 리스크가 증대했고, 채권시장도 인플레이션 압력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나마 꾸준하게 가치를 유지하는 미술품이 대안투자로 각광받는 것이다. 과거 90년대 초 일본이 엔화 강세로 넘치는 유동성을 세계 명화 수집에 쏟아 부었듯이 똑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속물효과(snob effect)’도 오일머니 거부들의 명화 수집에 대한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속물효과는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을 꺼리는 소비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로, 남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값비싼 상품을 보면 오히려 사고 싶어하는 속물근성을 말한다. 유럽·미국 등 전통적 부호들이 자국 경제 침체 등으로 고급 미술품 구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때 명화 구입에 나서 주목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신흥 거부들은 비교적 최근에 막대한 부를 축적해 선진국형 거부들에 비해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형수기자 goldlion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