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스태그플레이션을 잠재워라.’
올 상반기(1∼6월) 개봉된 한국 영화는 총 42편이다. 6월까지 24번의 주말을 보냈으니 한 주에 평균 2편씩 선보인 셈이다. 한국 영화 최악의 해로 불리는 2007년에 상반기 개봉작이 50편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한국 영화 역사가 다시 쓰일 위험마저 보인다. 관객 점유율도 신통치 않았다.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5월까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상반기 한국 영화 점유율은 41.1%로 지난해(41.7%)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작품 면면을 봐도 그렇다. 추격자(507만명)가 전체 개봉작 중 1위를 차지해 체면치레를 했지만 우생순, 무방비도시 등 나머지 히트작들은 100만∼200만명의 관객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에 영화계에선 지난해의 수모를 당하지 않으려면 ‘강철중’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9일 개봉한 강철중은 개봉 3주 만에 200만명이 넘는 관객이 다녀갔다.
한국 영화의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나 올해엔 ‘무비 스태그플레이션(movie stagflation)’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어 더 큰 문제다.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하강하고 있지만 작품당 제작비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제 사극, 무협 장르 등 실패 리스크 회피를 위해 과거 인기 작품의 흥행 코드를 그대로 답습하는 자기 복제 분위기도 2008년 흥행 기상도를 흐리게 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하반기 개봉될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연말까지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 영화는 총 38편이다. 어떤 영화가 올해 한국 영화계를 살릴 것인가. 이 중 ‘놈놈놈’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두 편 모두 어느 정도 흥행이 검증된 남자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두 편의 관전 포인트를 통해 하반기 흥행 여부를 알아보자.
오는 17일 개봉되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김지운이 감독하고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화제작이다. 제작비 175억원에 마케팅 비용을 합쳐 총 200억원이 투입된 ‘놈놈놈’은 잘 알려졌다시피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에서 제목과 인물을 가져왔다. 이 영화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찍은 한국판 리얼 웨스턴 액션이다. 제작진은 오토바이를 이용한 송강호의 애크러배틱한 액션, 단도를 이용한 이병헌의 칼 솜씨, 라이플과 샷건을 이용한 정우성의 총 솜씨 등 배우들의 몸 사리지 않는 액션을 ‘강추’하고 있다.
곽경택 감독과 한석규, 차승원이 손 잡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는 현금 18억원을 두고 벌이는 형사와 범죄자의 싸움이 주된 줄거리다. 형사와 범인이라는 버디 시스템 무비는 그리 특이한 것이 아니지만 제작진의 변은 다르다. 특별 수사반 반장 백성찬(한석규)과 지능형 범죄자 안현민(차승원)의 추격 신과 전국을 무대로 한 카 레이싱 장면은 영화 역사상 최고라고 자평한다. 특히, 이 중 충북 제천 시내를 전면 통제하고 찍은 카레이싱 신이 두고 두고 회자될 것이라는 평이다. 제작 간담회에서 차승원은 “비주얼은 세련되고 이야기는 쉬운 영화”라며 “맛있는 된장찌개를 세련된 레스토랑에서 먹는 느낌일 것”이라고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정훈기자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