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두 얼굴
양둥핑 지음, 장영권 옮김, 펜타그램 펴냄.
베이징은 군자의 도시고, 상하이는 신사의 도시다. 베이징 사람은 뻥이 세고, 상하이 사람은 쩨쩨하다. 베이징에서는 연줄로, 상하이에서는 계산으로 승부하라.
‘호방한’ ‘신의를 중요시하는’ ‘정치적인’ ‘이상적인’ ‘대범한’ 등의 이미지로 표현되는 베이징과 ‘똑똑한’ ‘합리적인’ ‘실속 있는’ ‘세련된’ ‘서구적인’ 이미지의 도시 상하이의 특징과 차이를 중국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도시의 계절풍:베이징과 상하이의 문화정신(城市季風-北京和上海的文化精神)’이다. 초판이 발행된 이후 10여년간 중국 서점가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오다 2006년 개정판이 나오면서 다시 언론과 서점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두 도시 사람들의 특성을 유형화하고, 깊숙이 해부한 최초의 책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의 인기를 끈다. 베이징인-상하이인, 남방-북방의 핵심적인 특성을 꼭꼭 집어내는 저자의 솜씨에, 단편적으로 차이점을 인식하고 있던 중국인들도 절로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1920∼30년대 상하이-베이징 문인들의 라이벌 의식, 사회주의 혁명기에 대처하는 두 도시 사람들의 태도, 홍위병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이면서도 은근히 드러나곤 하는 출신지역의 특성,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의 흐름을 타고자 하는 아우성 등등. 여기 등장하는 인간 군상은 이름난 학자나 예술가, 정치가로부터, 저녁거리를 걱정하며 좁은 골목에서 맞닥뜨리는 소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시대의 이정표가 된 시편이 인용되는가 하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간 유행어들로 한 시대를 증언하기도 한다.
800년 동안 중국을 지배하는 중심으로 군림해 온 수도 베이징 그리고 1843년 개항 후 독특한 지리적 역사적 환경의 영향으로 세련되고 모던한 이미지를 고수해온 상하이. 영원한 라이벌인 두 도시의 문화적 전통과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1만6000원.
*저자 소개
양둥핑(楊東平)
중국의 저명한 교육학자로, 교육이론과 도시문화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1949년 산둥성 취푸에서 태어나 고교시절까지 상하이에서 자랐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북방 헤이룽장성의 농촌에서 3년간 ‘지식 청년’ 시기를 거쳤다. 1975년 베이징이공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베이징이공대학 인문학원 교육과학연구소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에 ‘도시의 계절풍: 베이징과 상하이의 문화정신’ ‘중국: 21세기 생존공간’ ‘중국 현대교육의 20세기’ 등이 있다.
중국의 민간 교육연구기구인 ‘21세기교육발전연구원’ 원장이며, 중국 최초의 민간 환경단체 ‘자연의 벗’ 부회장이다. 2004년 ‘남방인물주간’에서 ‘중국의 공공 지식인 50인’에 선정된 바 있다.
◇양둥핑 교수와의 인터뷰 개재 - <중국의 두 얼굴> 512P-527P
양둥핑 교수가 말하는 21세기의 베이징과 상하이
“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의 도시 경관은 대대적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대기 오염이 개선되고 녹지가 증가한 점은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반면에 이롭지 못한 영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기저기 큰 도로를 내고 서양식 잔디밭을 조성하는 일은 베이징이 품고 있던 고도(古都) 문화의 특색을 더욱 퇴색시키고 있습니다.”
“세계박람회에 대한 상하이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은 베이징 사람들이 올림픽에 대해 갖는 태도에 비해 훨씬 크고 뜨겁습니다. 상하이 사람들은 세계박람회 개최는 상하이라는 도시의 영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하이는 아직도 ‘절름발이 거인’입니다. 상하이는 문화 분야에서 점점 더 ‘지방 대표’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아무도 필적할 수 없는 ‘국가 대표’가 되었는데 말이죠. 이제 이를 극복하는 것이 ‘대상하이’의 영광을 되찾는 데에 남은 과제가 되겠군요.”
“향후 10년이라면 그 틀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베이징을 중국 제일로 키운다는 것이지요. 베이징은 앞으로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도시들을 제치고 우위를 점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상하이는 다만 하나의 강대한 경제 도시로 남을 것입니다. 자연히 상하이 주민들의 생활 수준은 베이징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으로 높아지겠지요.”
최정훈기자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