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0월 옛 주소와 새 주소를 병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고시를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주민등록증과 주민등록등본에 새 도로명주소가 표기될 예정이지만, 주소를 한 번에 변환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지번주소(행정동)는 구 주소(법정동)와 데이터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새 주소로 변환이 어렵다. 정부는 구 주소로 정제하는 이 작업을 민간 자율에 맡겨둘 것이라 밝혀 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새 도로명주소로 바꾸는 작업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통상 건물 주소를 정제하고 지번을 수정하는 작업만 하면 될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전에 행정동인 지번주소를 법정동으로 변환해야 구 주소에 매핑이 가능하다.
데이터품질관리 한 전문가는 “현재 금융권쪽 IT 담당자들은 새 주소 필드만 추가하면 되는 것으로만 알고 있다가 기존 주소와 새 주소가 매핑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사태 심각성을 논의하고 있다”며 “행안부는 매핑하는 데이터베이스세트까지만 지원하고 있어 행정명칭을 표준화하는 작업은 아직 예산도 편성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구주소와 신주소를 매칭해놓은 테이블을 제공하는 것까지만 우리 몫이다”라며 “행정동을 법정동으로 바꾸는 일은 큰 일이 아니지만 민간 기업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앞으로 많은 시간·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행정안전부는 현재 국세청·경찰청 등과 협의해 이르면 9월경에 홍보·교육을 통해 새 주소 체계를 알릴 주소전환지원단을 발족할 예정이다. 공공기관부터 새주소 체계 도입을 도모, 확산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2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영상 홍보물을 제작한 것 이외에는 이렇다할 계획이 수립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민간이 기존 주소를 변환하려면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알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주소 데이터 전문 프로그래머는 “전환하려면 고객 데이터 1000만건을 기준으로 약 10개월이 넘게 걸리며 최소 500억원 이상 비용이 유발된다”며 “공공기관에 먼저 도입하고 민간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허정윤기자 jyhu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