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박동, 세포 주기, 생체 시계와 같은 주기성을 가지는 생체회로의 조절 원리를 국내 과학자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최윤섭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 연구원(25·사진)은 스탠퍼드대학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유전자나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생체 회로의 주기성 조절 원리를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생명과학 분야 연구와 달리 실험 없이 수학적 모델링 및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생명현상의 숨겨진 의미를 파악해낸 것으로, 학제간 융합연구의 중요성 및 미래 생명과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인터넷판 4일자에 게재됐다.
지난 2000년 미국 프린스턴대 리블러 교수팀은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을 설계하여 일정한 주기를 가지는 ‘진동유전자회로’를 개발했다. 그러나 음성피드백고리(결과물이 원인을 억제하는 것)를 형성하도록 디자인된 이 유전자 회로는 생체 회로의 주기와 진폭이 불규칙적이고 불안정하였으며, 이유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한미 공동 연구팀은 생체 회로들의 주기성이 음성피드백고리뿐만 아니라, 양성피드백고리(결과물이 원인을 촉진하는 것)의 조화에 의해 일어남을 발견했다. 이론적으로 음성피드백고리만을 가진 회로도 주기성을 가질 수 있으나, 모든 생명체의 회로는 불필요해 보이는 양성피드백고리를 추가로 가진다. 연구팀은 이에 주목해 두 종류의 회로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음성피드백고리와 양성피드백고리를 가지는 회로가 음성피드백고리만을 가지는 회로에 비해 훨씬 안정적이며 조절 가능한 특성을 지닌다는 사실을 밝혔다.
최 연구원은 “이 연구 성과는 생명체 조절의 근본 원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발견하여 제시한 것으로, 조절 이상에서 생기는 암·당뇨와 같은 난치성 질환들의 원인 연구에 응용 가능하다”며 “생체회로 재설계에 활용해 생물체를 이용한 의약품이나 수소에너지의 안정적 고효율 생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